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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2002년 美월드컴 파산보호 신청

입력 | 2007-07-21 03:02:00


‘미국 통신업계에서 월드컴은 정말 빨리 정상에 올랐다. 추락 속도는 더 빨랐다. 그리고 결국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02년 8월 통신회사 월드컴의 흥망성쇠를 조망하는 특집에서 이렇게 썼다. 긍정적 내용보다는 부정적인 게 훨씬 많았다.

2002년 7월 21일 월드컴이 뉴욕 맨해튼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한 게 계기가 됐다. 연방 파산법에 따라 일정 기간 채무 지불을 동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대신 3개월 안에 부채 상환 계획서를 제출하고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조건이 붙었다.

뉴욕 월가는 충격에 빠졌다.

자산 규모 104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기업의 몰락. 미국 역사상 최대 파산 규모였다. 2001년 말 회계부정 사건으로 파산 보호 신청을 낸 에너지기업 엔론의 자산 634억 달러보다 400억 달러나 많았다.

월드컴이 파산 보호 신청을 낸 것도 회계부정 때문이었다. 약 38억 달러의 비용을 이익으로 분식(粉飾) 처리한 사실이 드러난 것. 1999년 주당 64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회계부정 사실이 밝혀지면서 몇 센트 수준으로 폭락했다.

월드컴은 냉혹한 대가를 치렀다. 사업 시작 20여 년 만에 미국 2위의 통신회사로 성장한 뒤 1위 등극을 시도했던 역사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비난은 최고경영자에게 쏠렸다. 이 회사의 버나드 에버스 회장은 3년 뒤 ‘미국 최대 기업사기’를 총지휘한 대가로 25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나이가 63세였으니 사실상 종신형인 셈. 월드컴은 회계부정 사건 이후 회사 이름을 MCI로 바꾼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40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고통이 따랐다. 지금은 경쟁사인 버라이즌의 한 사업부문에 팔려 이름조차 잊혀진 기업이 됐다.

2005년 3월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월드컴 파산의 5가지 교훈’이라는 기사를 소개했다. 마지막 교훈은 이렇다.

‘월드컴의 에버스 회장이 법정에 앉아 있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법정은 최고경영자가 갈 곳이 아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