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죄로 복역 중이던 수감자가 교도소에서 살인죄를 저지른 수감자와 단 둘이 같은 방을 쓰다 폭행을 당했다면 수감자 분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교도소 측의 잘못이기 때문에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변희찬)는 이모(25) 씨와 가족들이 "교도소 측이 수감자 분류를 잘못해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이 씨 측에 8억3257만 원을 물어주라"며 이 씨 측에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특수강도 혐의로 2005년 11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이 씨는 교도소 안에서 여러 차례 소란을 피우고 기물을 파손해 특별관리 대상자로 지정됐다. 이후 살인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김모 씨의 방으로 옮겨져 김 씨와 단 둘이 한 방을 쓰게 됐다.
2006년 4월 김 씨는 "사주기로 약속한 물건을 사주지 않는다"며 이 씨를 마구 때렸고, 폭행당한 이 씨가 혼수상태에 빠지자 이 씨 측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도관들은 수감자들을 같은 방에 수용할 때 각자의 죄질이나 성격 나이 범죄경력 등을 자세히 조사해 사고 우려가 있는 수감자는 분리 수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 씨를 살인과 살인미수 존속상해 등으로 6차례나 실형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는 김 씨와 같은 방에 단 둘이 수용한 것은 직무상 과실"이라고 밝혔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