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채취했다는 소식을 언론이 잇따라 보도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가 물 분자와 결합해 고체화된 형태이다. 불을 붙이면 타고 난 후 물만 남기 때문에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기도 한다. 울릉도 남쪽 100km 심해에서 채취한 하이드레이트는 연료화할 수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중 최상급 품질로 알려졌다. 매장량도 국내 가스 소비량 30년 치와 맞먹는 6억 t에 이른다고 한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전 세계의 매장량이 기존 천연가스보다 수십 배 많은 데다 연료 효율성이 높아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꼽혀 왔다. 온도 및 압력 변화에 극히 민감해서 한국보다 먼저 실물 채취에 성공한 미국 일본 인도 중국도 실용화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또 고압 저온에서만 고체 상태가 유지되므로 환경이 바뀔 경우 물과 분리된 메탄가스가 바다 속이나 공기 중으로 흩어지기 쉽다. 연소되지 않고 퍼져 나간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의 20배나 되는 온실가스 효과를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지구 대기에 치명적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연료로 쓰기 위해서는 확보 기술, 즉 해저에서 메탄가스를 물과 분리한 후 안전하게 끌어올리는 기술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한 해 120억 달러에 이르는 천연가스를 비롯해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문제 해결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독도에 눈독을 들여 온 진짜 이유가 동해에 풍부하게 매장된 가스 하이드레이트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으니 안전하면서도 경제성 있는 에너지 실용화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일본이 노리는 자원은 가스 하이드레이트만이 아니다. 도쿄해양대와 미쓰비시종합연구소, 미쓰비시중공업은 양식 해조류에서 바이오에탄올을 대량 생산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3월 효고(兵庫) 현 고베(神戶) 시에서 개최된 ‘국제 해조 심포지엄’에서 동해에 1만 km²의 양식장을 설치해 연간 2000kL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자고 일본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제의를 한 도쿄해양대의 교수가 해조류를 양식할 장소로 독도가 포함된 해역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세계 바이오연료 시장은 1세대인 곡물계에서 2세대인 목질계로 전환하는 중이다. 옥수수 사탕수수 감자 등의 곡물계에 비해 지푸라기나 옥수수대 등 목질(woody)에 가까운 농업 부산물을 이용하는 방안이 생산단가가 훨씬 더 낮다. 하지만 목질계 연료는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성이 낮은 단점이 있다.
우리가 제3세대, 즉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연료 개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조류는 별도의 물과 비료를 주지 않아도 연중 4, 5회 수확이 가능하므로 국토가 좁고 바다가 넓은 한국으로서는 매력적인 자원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도 아직 출발선상에 있기 때문에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에너지 빈국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부산대와 함께 이산화탄소를 하이드레이트 속에 고체 상태로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목표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분야에서도 일찍부터 해조류에 주목함으로써 목질계와 차별화된 바이오연료 개발에 집중했다. 특히 대량 생산이 가능한 홍조류로부터 바이오에탄올 및 바이오부탄올을 얻는 연구에 착수해 실용화 가능성을 열었다.
신(新)에너지 또는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지구온난화를 막는 일, 그것이 에너지 독립을 이룸으로써 한국 경제가 확실하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본다.
김기협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