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4명이 22일 제주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원희룡 의원,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의원. 제주=김동주 기자
李 “일 잘하는 사람을” 朴 “흠 없는 후보 뽑자”
▽이 전 시장, “경제 대통령 되겠다”=이 전 시장은 연설에서 “서민을 편안하게 하고 가난을 대물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일할 수 있는 지도자, 경험 있는 지도자를 제대로 만나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가는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이 자리에서 제주도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공약은 하지 않겠다”며 “순간순간 말만 잘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민이 다 속았다. 말 잘하는 사람보다 일 잘하는 대통령을 뽑아 대한민국을 일류 국가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 전 시장은 정부와 정치권의 검증 공세에 대해 “(노무현 정부와 범여권이) 과거의 정치 수법으로 매우 은밀하고 계획적으로 정권교체를 막으려고 한다”며 “그들이 한나라당 경선에 개입하는 것은 이명박이 후보가 되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촬영: 김동주 기자
특히 자신을 겨냥한 박 전 대표 측의 공세에 대해 “안에서 던진 돌이 더 매섭고 가슴을 아프게 한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 “흠 없는 후보 뽑아야 본선 승리”=박 전 대표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본선에서 이길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정권교체가 100% 확실한 후보가 누구냐”고 물었다. 이어 “이 정권과 여권에 맞서 박근혜는 단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다”며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는 당차고 흠 없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깨끗한 정부를 만들 것”이라며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에게 가혹할 만큼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것이다. 믿고 저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박 전 대표는 “제주를 무관세 지역으로 만들어 홍콩 싱가포르 부럽지 않은 국제자유도시로 만들 것”이라며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숙박, 음식, 체육, 오락시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없애 전 세계의 사람과 돈이 몰리는 ‘보물의 섬’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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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러분은 저의 ‘괸당’이고 저는 여러분의 ‘괸당’”이라며 연설을 마쳤다. 괸당은 ‘사랑하는 사이’ ‘친척’이란 뜻의 제주 방언이다.
홍준표 “한나라에 서민-감동-바람 일으키겠다”
원희룡 “줄서기-몰아주기 땐 정권교체 멀어져”
“경선 완주하겠다” 다짐
▽홍준표, 원희룡 ‘제3후보론’=홍준표 원희룡 두 의원은 ‘경선 완주’를 다짐했다.
홍 의원은 ‘빅2’ 후보를 비판하며 “홍준표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대북정책은 5공화국 수준을 넘어서지 않고 있어 본선에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될 것이다. 이 전 시장이 후보가 되면 연말까지 네거티브 때문에 가슴을 졸이면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빅2’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제3의 후보로 한나라당에 없는 서민, 감동, 바람을 일으켜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제주 출신임을 내세우며 당의 변화를 강조했다. 원 의원은 “한나라당이 외면해 온 변화와 혁신을 위해 이 한 몸을 바치겠다. 대세론에 따라 줄서기, 표 몰아주기를 하는 것은 정권교체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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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합동연설회가 열린 한라체육관에는 연설 시작 1시간 반 전부터 지지자 3000여 명이 몰리면서 이 전 시장 지지자와 박 전 대표 지지자 간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행사장에 입장할 때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연호하자 제주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60여 명이 이를 제지하려 했지만 통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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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직전에는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대학생들이 당원·대의원 선거인단에 배정된 청중석 중앙 자리를 차지하자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항의하면서 한때 몸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이 전 시장이 연설하는 도중에 지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자, 박 전 대표 측이 “앉아”라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제주=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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