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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선교 아닌 봉사활동” 탈레반 설득

입력 | 2007-07-24 03:02:00

“한국군 전투부대 아닙니다”국방부 김영식 해외파병팀장(왼쪽)이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건물에서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팀장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한국군은 전투부대가 아니라 의료와 재건 지원을 수행하는 부대”라며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23명의 무사귀환을 요청했다. 사진 제공 국방부


■정부, 아프간과 협상대응 공조

“종교 활동이 아닌 순수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간 것이다.”

정부가 한국인 23명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한 탈레반 무장 세력과의 직간접적 접촉 과정에서 중요하게 내세우는 논리 가운데 하나는 피랍된 한국인들이 기독교 신자이기는 하지만 종교적인 목적이 아닌 봉사 활동을 위해 아프간을 찾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20일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직후부터 피랍자들의 방문 목적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장소가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큰 이슬람 국가인 만큼 피랍자들이 기독교 선교를 위해 아프간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 그 자체가 피랍자들의 안전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납치 세력과의 인질 석방 협상 과정에 ‘불필요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프간 정부와 함께 “아프간의 노약자들에게 의료봉사 활동을 한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찾아온 한국인들을 납치하는 것은 이슬람 전통에 위배된다”며 탈레반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국내 언론이 피랍자들의 아프간 방문이 선교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면서 피랍자들이 탈레반으로부터 ‘오해’를 받게 됐고, 한때 아프간 현지에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이 21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독교 선교 활동은 이슬람에 대한 범죄행위”라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프간 정부도 피랍자들의 방문 목적과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가 최근 한국 정부에 ‘한국인 피랍자들이 기독교 선교와 관련이 있다는 한국 언론 보도를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의 보도는 이번 사태 해결을 지연시킬 뿐 아니라 피랍자들의 안전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또 인질 석방 협상 과정에서도 불리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도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피랍 한국인들의 아프간 방문 목적이 선교 활동이 아니라 순수 봉사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영식(대령) 국방부 해외파병팀장은 국방부를 방문한 알자지라 방송 베이징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피랍 한국인들은 선교 활동이 아니라 봉사 활동 중이었고, 아프간에 파병된 한국군도 전투부대가 아니라 아프간의 의료와 재건 지원을 수행하는 부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피랍 한국인들에 대한 구출작전은 진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국방부는 아프간의 미군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과 직접 접촉을 하지 않고 현지로 파견된 한국대표단이 아프간 정부를 통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