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무분별한 어학연수 등을 막기 위해 3개월 이상 1년 미만 해외에 다녀온 초중학생들은 상급 학년에 진급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초중학생이 교육장 등의 허가를 받지 않고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은 불법 유학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한 해만 해도 전국에서 1만4812명의 초중학생이 해외로 떠나는 등 이 규정은 사문화한 지 오래다. 실제로 이런 규정에 맞춰 허가를 받고 떠난 학생은 단 6명뿐이고 대부분은 이런 규정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규제개혁위원회도 사문화한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도교육청 유학 담당자 간의 회의에서도 “실효성 없는 조기유학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교육부도 이런 맹점을 알고 있지만 규정을 없애면 정부가 조기유학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 것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이 얼마 동안 해외에 다녀올 것인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새 지침을 내놓은 것은 교육부 감사에서 3개월 이상 학교를 무단결석하고 해외에 체류하다 귀국한 학생을 재취학시킨 뒤 연말에 국어 수학 과목 등을 자체 평가만 하고 진급시키는 문제점을 지적받은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새 지침을 찬찬히 살펴보면 곳곳에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 많다. 3개월 이상 1년 미만 해외에 다녀온 학생은 진급에 제한이 있지만 1년 이상인 경우 교과목 평가를 통해 적정 학년에 재취학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부모들은 1년 이상 보내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유학 기간을 더 늘리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므로 정부가 의도한 조기유학 억제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지만 왜 학생들이 조기 유학을 떠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교육을 가로막는 획일화된 평준화제도, 학생 선발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교육정책 등에 대한 불만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능력에 맞게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학교를 키우는 교육정책을 펴야 나이 어린 학생들이 홀로 해외로 떠나는 추세도 줄어들 것이다.
최창봉 교육생활부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