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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매수자 전원소환” 1000명이 떨고 있다

입력 | 2007-07-25 20:13:00


"여름휴가는 포기했어요. 검찰 조사를 받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인천공항경찰대에 근무하는 A 씨 등 경찰관 서너 명은 요즘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다.

몇 달 전 인천 중구 운서동 공항신도시에 있는 안마시술소에서 성(性) 매수를 한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에서 성 매수를 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이들이 구속까지 되지는 않겠지만 내부 징계를 받게 돼 진급누락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보다 더 큰 걱정은 가족과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는 점이다.

인천지방경찰청은 "검찰로부터 수사결과를 통보받으면 사안에 따라 중징계 또는 경징계를 내릴 방침"이라고 엄하게 처리할 뜻을 밝히고 있다.

소환 조사를 앞둔 모 기관의 B씨는 "친구들과 한 잔한 뒤 술김에 안마시술소에 간 건데 이렇게 될 줄이야. 정말 후회막심이다"고 한숨지었다.

이들의 걱정은 지난달 27일 인천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종호)가 공항신도시 안마시술소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성매매 알선 혐의로 업소 주인 최모(45) 씨를 구속하고 다른 업소 주인 김모(45)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신용카드 전표 2000여 장을 확보했는데 이 전표의 주인들이 공항 종사자 및 정부기관 공무원, 경찰, 군인 등 1000여 명이라는 소문이 퍼지게 된 것.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세관, 법무부 인천출입국관리소, 서울지방항공청, 항공사, 수의과학검역원, 해양경찰, 경찰, 군인, 항공관제소, 한국관광공사,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인천 공항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관들이 벌집을 쑤신 듯 난리가 났다.

검찰은 워낙 걸린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들의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한때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검찰은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신도시가 성매매의 온상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는 점에서 성 매수자 전원을 소환 조사하기로 25일 결정했다.

검찰은 단순 성 매수자에 대해서는 경위서와 반성문을 받은 뒤 훈방 조치하고 3회 이상 상습성 매수자는 성교육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동종 전과가 있거나 죄질이 중한 대상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까지 고려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적발된 사람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8월 말까지 35일 간 인천지검과 공항분실에서 검찰 소환조사가 이뤄진다. 조사가 끝난 뒤 적발된 사람들의 소속 기관으로 명단이 통보되고 징계처분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때까지 안마시술소를 이용한 사람들에게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것만 같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