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42·사진) 교수가 5월 31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환자의 인체에서 분리한 균주를 취급하고 분양받을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일부 선진국처럼 슈퍼독감(인체에서 인체로 옮겨지는 AI)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백신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균주를 취급하고 분양받을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국가는 미국과 네덜란드, 홍콩, 일본 등 4, 5개국에 불과하다.
인체에서 분리한 AI 균주는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강해 WHO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어 서 교수는 5개월간의 엄격한 심사를 받았다.
서 교수는 지난달 17일 AI로 사망한 베트남 사람의 인체에서 분리한 균주를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 분양받아 백신을 개발하면서 연구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면 동물실험을 통해 효능을 점검할 계획이다.
서 교수는 “슈퍼독감은 어떤 형태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백신을 만들어 대량으로 생산해 놓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평소 연구 경험을 축적해 두었다가 슈퍼독감이 실제로 발생하면 문제의 균주를 분양받아 재빨리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유일한 대처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을 방문해 보니 미국 정부는 6개 균주 연구 및 백신개발 센터를 지정해 놓고 센터당 220만 달러씩을 지원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며 “우리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세계적인 AI 학자인 로버트 웹스터 박사의 제자로 웹스터 박사 등과 함께 세계에서 처음으로 홍콩 조류독감이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주는 원인을 규명해 2002년 9월 ‘네이처 메디신’에 논문을 발표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