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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屈확求伸(굴확구신)

입력 | 2007-07-27 02:59:00


겸손이라는 말을 우리는 안다. 그것이 대단히 좋다는 점도 안다. 그러나 겸손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겸손을 실행에 옮기려면 가끔은 자기를 낮출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를 낮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속에서 자존심이라는 것이 꿈틀대기 때문이다. 자존심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더러는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아름답고 귀하게 보인다.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깊은 곳에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곱게 간직하고 있다. 숨겨진 자신감은 자신을 낮출 때만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드러난 자신감은 아무에게도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 많이 모여든다. 자신을 낮추는 사람만이 큰일을 할 수 있는 원리는 이것이다.

屈확求伸(굴확구신)이라는 말이 있다. 屈은 굽다, 굽히다라는 뜻이다. 屈身은 몸을 굽히다라는 말이고 屈折(굴절)은 굽어서 꺾어지다라는 말이다. 확은 자벌레라는 뜻이다. 자벌레는 몸이 가늘고 긴 원통형의 애벌레이다. 이런 애벌레가 흔히 그렇듯이 자벌레도 몸을 잔뜩 움츠렸다가 이를 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求는 구하다, 원하다, 얻다라는 뜻이다. 伸은 펴다라는 뜻이다. 伸縮性(신축성)은 펴졌다 줄어드는 성질이라는 말이다. 縮은 줄어들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屈확求伸은 구부린 자벌레는 펴지기를 구한다, 즉 자벌레가 구부리는 것은 몸을 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된다. 자벌레도 나아가려면 먼저 몸을 굽힌다. 사람도 먼저 몸을 굽히고 낮추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편하다. 일보 전진을 위하여 몸을 한번 굽히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큰일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