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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싹트는 교실]맞춤형 학과 6개 개설 울산자연과학고

입력 | 2007-07-27 03:00:00

울산자연과학고 애완동물과 실습실에서 박상렬 교사가 모형 애완견을 놓고 학생들에게 애완견 미용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울산=정재락 기자


“가위를 45도로 눕혀 깎아야 털이 엉키지 않아요. 살아 있는 애완견이라 생각하고 ‘사랑한다’고 속으로 되뇌며 손질해야 예쁘게 털이 다듬어집니다.”

20일 오후 울산 울주군 언양읍 울산자연과학고등학교의 애완동물과 실습교실.

학생 20여 명이 애완견 털 깎기 요령을 설명하는 박상렬 교사의 말에 따라 모형 애완견을 앞에 놓고 미용 기술을 배우고 있다. 학생들은 이렇게 한 달간 연습한 뒤 진짜 애완견 미용을 하게 된다.

이 학과의 재학생은 1학년 34명, 2학년 22명, 3학년 19명 등 총 75명.

학생들은 애완동물과 관상조류 등의 사육 기술과 미용법을 배워 졸업한 뒤 애견 미용사나 훈련사, 동물원 사육사 등으로 취업하게 된다.

애완동물과 2학년 박혜진 양은 “내 손으로 강아지 털을 직접 깎아 주고 싶어 이 과에 입학했다”면서 “부모님은 수의사가 되길 바라지만 나는 애완동물 미용 관련 대학으로 진학해 전문 미용실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옆 골프관리과 실습실에서는 골프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는 박기수 교사가 대형 스크린으로 골프 코스를 보여 주며 골프장 관리요령을 설명하고 있었다.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잔디 관리와 조경 방법, 골퍼의 개인적 특성에 맞춰 골프채를 ‘피팅’하는 기술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실습을 위해 학교 근처에 2홀 규모의 골프장(3만2000여 m²)을 운영하고 있다. 골프관리과 3학년 임태일 군은 “배운 내용을 곧장 학교의 미니 골프장에서 곧바로 실습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골프장을 잘 알기 위해 학생들은 골프 치는 법도 배운다. 재학 중인 아마추어 고교 골프 선수만 17명. 졸업생들은 골프장 그린 관리인 및 경기 진행요원, 조경업체 직원 등으로 취업하고 있다.

1953년 ‘언양 농업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 학교는 1990년대 들어 대부분의 실업계 고등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해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9년 3월 울산자연과학고로 학교명을 바꾼 뒤 시대의 변화에 맞춘 학과들을 잇달아 개설하면서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올해 190명 입학 정원에 80여 명이 불합격했을 정도다.

이 학교의 경쟁력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학과들.

애완동물과와 골프관리과를 비롯해 △제과·제빵 기술을 익히는 식품가공과 △시설원예 기술을 배우는 생활원예과 △컴퓨터를 이용한 농산물 유통기술을 익히는 유통정보과 △유기농법과 조직배양 등을 배우는 생명과학과 등 6개 학과가 개설돼 있다.

실용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만큼 졸업 후 진로도 밝다. 지난해 졸업생 153명 중 대학교 관련 학과에 진학한 학생은 108명이며 나머지 45명은 취업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선정하는 ‘어메니티(amenity) 콘텐츠 적용을 통한 농업계 고교 특성화 방안 연구 시범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방 실업계 고교로는 드물게 장학금도 많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모교인 이 학교는 롯데장학재단으로부터 매년 3000여만 원의 장학금 지원을 받는 등 17종류의 장학금을 137명의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 학교의 배기명 교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첨단학과를 개발할 것”이라며 “졸업생 전원이 한 개 이상 자격증을 따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