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쇼크.’
1989년 중국 베이징에서 민주화투쟁인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 언론에 이런 표현이 등장했다.
그 쇼크는 민주화 열기보다 그것을 탄압하는 중국 정부의 비민주적 집요함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한 미국 방송의 베이징 특파원은 중국 계엄군의 무차별 살상 진압에 대한 증언을 1분 30초짜리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 인공위성을 통해 미국 본사로 송고했다.
며칠 뒤 중국 정부는 그 테이프에 등장했던 시민을 전부 체포했다. 실제 방송에 나오지 않은 녹화 내용까지 중간에서 검열한 결과였다. 그때서야 미국 언론은 ‘취재원 보호’의 절박성을 인식했다. 증언자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고 이름은 익명 처리했다.
취재원이 보호되지 않으면 이처럼 언론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는다.
1961년 7월 30일 한국신문편집인협회는 ‘신문윤리 실천요강’을 제정했다. 1996년 수정 작업을 거친 이 실천요강 제5조는 ‘취재원 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취재원의 안전이 위태롭거나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는 경우 그 신원을 밝혀서는 안 된다.”
실천요강의 모법(母法)격인 신문윤리강령은 이보다 4년 전인 1957년 처음 만들어졌다.
그 제1조는 “우리 언론인은 언론의 자유가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언론인에게 주어진 으뜸가는 권리라는 신념에서 대내외적인 모든 침해, 압력, 제한으로부터 이 자유를 지킬 것을 다짐한다”고 적고 있다.
한국의 모든 신문은 매일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한다’고 적으며 이 다짐을 반복한다.
평소 무심코 보고 넘겼던 이 문구에 담긴 엄중함을 요즘 절실히 느끼곤 한다.
검찰이 월간 신동아가 6, 7월호에 보도한 이른바 ‘최태민 보고서’의 출처를 확인하겠다는 이유로 동아일보사 전산실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압수수색영장을 앞세운 검찰의 공권력 발동 앞에 굴복할 수는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검찰의 법 논리 못지않게 ‘언론 자유’를 위한 취재원 보호도 그만큼 중요한 가치라고 믿는다.
늘 만나던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 준수’에 대한 다짐이 오늘 아침 신문에서는 새롭게 다가올 것 같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