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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장교 인터뷰“탈레반, 인질 사살보다 목적 달성 집착”

입력 | 2007-07-31 02:59:00


“납치범 주변의 긴장이 줄어들고 협상이 진전된다면 인질의 생존 확률은 80% 이상으로 높아집니다.”

1980년대 옛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작전사령부 작전장교로 근무했던 아나톨리 츠가노크(사진) 러시아 정치군사연구소장은 28일 아프간 피랍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성급한 협상이나 인질구출 작전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전화인터뷰를 통한 일문일답.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에 억류된 한국인들이 풀려날 수 있다고 보는가.

“탈레반은 정권 탈취 경험이 있는 엘리트 집단이다. 마피아 집단이나 광신도 집단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질을 무차별 사살하기보다는 테러의 목적 달성에 집착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인질이 살아남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고 본다.”

―인질이 생존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예측할 수 있나.

“세계에서 일어난 인질 사태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질이 생존한 확률이 80%가 넘는다는 조사가 나왔다. 인질 협상을 냉정하게 끌고 나가면 인질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소련군이 아프간 인질 구출작전에서 얻은 경험이었다.”

―지금 인질 교환 조건이 수시로 바뀌고 협상 시한도 자주 변경되고 있다.

“납치 집단 내부의 견해차도 있겠지만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플레이로 해석할 수 있다. 납치세력이 목표에 얼마만큼 집착하는지 판단하는 것도 협상가의 임무다. 목표에 집착하는 정도에 따라 현장 협상 전략이 달라지고 종합적인 대응 전략도 나온다.”

―종합적 대응 전략의 하나로 납치세력을 공격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협상 과정에서 테러진압부대의 개입과 같은 전술적 대응을 가급적 배제하고 대화 채널을 항상 열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1979년 이란 학생들의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 이후 벌어진 인질 사태 때 협상은 1년 넘게 끌었지만 인질들은 모두 풀려났다.”

―납치세력이 인질 1명을 사살했고 추가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그래도 전술적 대응을 자제해야 하나.

“그런 것 같다. 전문가들은 ‘전술적 대응을 항상 최종 대안으로 선택하라’는 원칙을 중시한다. 인질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거나 연속적인 인명 피해가 나올 정도로 진전되기 전에는 전술적 대응을 보류하는 것이 좋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인질들이 사망한 것도 성급한 전술적 대응이 부른 참화였다.”

―납치세력이 인질의 육성을 미디어를 통해 수시로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납치범들은 전 세계 청중을 의식하고 있다. 지지세력 확대 등 인질 교환과는 관계없는 메시지도 많이 전달하기 때문에 말려들면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