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아우디 BMW 렉서스 등 고가(高價) 수입차 브랜드일수록 비공식 수입업자가 국내로 들여오는 ‘병행(竝行)수입’ 물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1995년부터 독점 수입업체의 과도한 유통마진을 줄이고 수입품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몇 가지 예외규정을 두고 병행수입을 허용한 바 있다.
○ 고가 브랜드일수록 ‘병행수입’ 많아
30일 건설교통부와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공식 딜러나 정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를 통해 판매된 수입차는 모두 1334대에 이르렀다. 브랜드별로 병행수입차 대수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반기 병행수입차 물량은 국내 진출 20개 수입차 업체가 같은 기간에 판매한 2만5495대의 5.23%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벤츠(587대) △아우디(97대) △BMW(71대) △렉서스(67대) △포르셰(56대) △벤틀리(30대) 등 고가 브랜드가 나란히 1∼6위를 차지했다.
특히 벤츠와 포르셰는 병행수입차 판매 비중이 공식 판매차량의 21.2%와 33.5%나 됐다.
벤츠와 포르셰의 국내 판매가격은 세금을 감안해도 미국보다 20∼30% 비싸다.
반면 혼다, 폴크스바겐 등은 병행수입 차량이 10여 대에 불과했고, 푸조는 1대도 없었다.
이들 차량에 대한 병행수입이 적은 것은 국내 판매가격이 비교적 합리적으로 책정돼 병행수입을 해도 거의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 병행수입 부작용도 적지 않아
최근 대기업인 SK네트워스도 병행수입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연간 3000억 원대에 이르는 병행수입차 시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벤츠 S600의 경우 국내 판매가는 2억6600만 원이지만 미국 현지 딜러를 통해 병행수입하면 6000만 원 정도 싸게 팔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대당 1000만 원대 수익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행수입 차량은 엔진과 변속기 등 중요 부품의 고장이나 리콜이 발생할 경우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구입자들의 원성을 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초 병행수입업자를 통해 벤츠 S550을 구입한 김모(48) 씨는 “엔진에 문제가 생겼지만 수입업자가 3개월 이상 고장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수리를 계속 미뤄 골치”라고 털어놨다.
수입업자가 영업을 중단하면 애프터서비스를 아예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또 한국의 자동차관리법과 맞지 않은 장치가 달려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대기업이 병행수입 형태로 수입차를 대거 들여올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수입차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만큼 수입차 업체들도 기존의 고가 정책 대신 해외시장 판매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국내 판매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병행수입
국내 독점판매권을 갖고 있는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말한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