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선 ‘운명의 여신’으로 불리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돌고, 중세 수도승 복장을 입은 합창단이 웅장한 합창을 한다. 강력하게 폭발하는 팀파니의 향연, 그리고 발레 무용수 32명의 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수 230여 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총체극 ‘까르미나 부라나’가 12년 만에 전막 공연된다. 독일 작곡가 카를 오르프(1895∼1982)의 대표작으로 첫 곡 ‘오, 운명의 여신이여!’는 영화 ‘엑스칼리버’를 비롯해 미국 팝가수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와 수많은 CF 등에 사용됐다. 현대음악이지만 누구나 첫 부분만 들어도 ‘아! 이 곡이구나’라고 느낄 만큼 유명하다.
워낙 출연진의 규모가 커 1994년과 1995년 두 차례 공연 이후 국내 무대에서 볼 수 없었다. 이번 공연에는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참여한다.
작품 내내 등장하는 ‘거대한 수레바퀴’는 인간의 돌고 도는 삶을, 때로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때로는 인간의 운명을 틀어쥔 여신의 손을 상징한다. 특히 불에 타 바비큐 대에 오른 백조를 표현한 ‘구어진 백조의 노래’에 등장하는 남성 솔로 춤이 하이라이트.
‘까르미나 부라나’는 1803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수도원에서 발견된 시가집. 12∼13세기 익명의 수도승이나 음유시인이 남긴 300편의 시가가 담겨 있다.
국립발레단 박인자 예술감독은 “남녀 혼성합창과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춘 발레는 무척 드물다”며 “중세를 배경으로 했지만 굉장히 역동적이고 시적인 움직임이 있는 컨템포러리 발레에 가까워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3일 오후 8시, 4일 오후 5시. 1만∼10만 원. 1577-776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