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와의 만남’ 린다우회의 참석 박용휘 서울성애병원 소장
독일 뮌헨에서 남쪽으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린다우는 인구 3만여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해마다 7월이면 ‘린다우 회의’로 불리는 ‘노벨상 수상자와의 만남’ 행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도 지난달 1일부터 6일까지 노벨상 수상자 18명을 포함해 전 세계 60개국에서 학자와 젊은 과학도 6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은 2004년부터 박용휘(77·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로회원·사진) 서울성애병원 PET-CT센터소장 주도로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는 박 소장과 의학 전공자 4명이 다녀왔다.
박 소장은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뒤 가톨릭대 의대 교수, 대한방사선의학회 회장, 대한핵의학회 회장, 국제원자력기구(IAEA) 생명과학부 연구교수 및 고문 등을 역임했고 가톨릭대 명예교수이기도 하다.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방출되는 감마선을 이용해 인체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를 연구해 온 핵의학의 권위자로 불린다.
―린다우 회의는 어떤 모임인가.
“인류 최고의 지성으로 인정받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젊은 과학도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시작됐다. 미래의 과학을 이끌어 갈 이들에게 꿈과 자극을 주자는 것이 취지다. 화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 위주인데 최근 경제학 분야까지 확대됐다.”
―올해는 어떤 토론이 있었나.
“티머시 헌트, 롤프 칭커나겔, 리처드 로버츠 등 역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흥미로운 강연이 많았다. 오전엔 노벨상 수상자들이 공개 강연을 하고 오후에는 소그룹 토론이 열리는데 젊은 학생들만 참가하도록 규정이 정해져 있다. 백발의 석학과 학생 5, 6명이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국내 참가자는 어떻게 선정했나.
“올해부터 지원을 하는 한국과학재단이 학생들을 추천한 뒤 참가 이유와 포부가 담긴 학생들의 영어 에세이를 보고 4명을 뽑았다.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한국의 중고교생들이 최근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정작 대학에 가면 발전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선진국은 개개인의 창의성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우리 학생들은 우수하지만 아직도 짧은 시간에 문제를 푸는 ‘속도’ 경쟁에 갇혀 있다. 무엇보다 ‘기초’가 부실한 것이 문제다. 기초는 단순하게 물리 화학 수학 등의 과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인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가 뒷받침돼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만나 보면 단순한 과학자가 아니라 예술가 철학자로 보일 정도로 다방면에 교양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랄 때가 많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한국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의 노벨상 수상자의 업적은 30대 이전에 이뤄진다. 사고가 자유로운 청소년기에 과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체험한 것이 20대 이후의 공부와 연구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우리도 젊은 과학자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 머지않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본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