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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본 누리꾼 vs 전사모 ‘댓글 전쟁’

입력 | 2007-08-03 14:39:00

영화 ‘화려한 휴가’ 중 한 장면.

다음 포털 게시판.


1980년 5월 광주항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가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섰다.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실미도’나 ‘왕의 남자’와 비슷한 흥행 추이를 보이고 있어 1천만 관객 돌파도 점쳐지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호응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40·50대 중장년층이 극장가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공간에서 영화를 둘러싸고 때 아닌 ‘댓글 전쟁’이 벌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5·18은 지역적인 피해의식과 ‘슨상님’에 대한 숭배의식이 합쳐져 낳은 폭동”

지난달 29일 이 영화를 관람한 인원이 10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포털 다음의 게시판과 토론방인 아고라에는 “무고한 광주시민을 죽인 자들은 모두 악마다”, “5·18은 전** 독재를 반대하고 민주화를 열망한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두 글에는 삽시간에 2,1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전사모’가 역공에 나섰다. 전사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의 줄임말이다. 회원 수는 1만4천여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사모는 같은 날 카페 게시판에 “댓글 전쟁이 났다. 참여해 달라”(순수보수)는 글을 올려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에 호응한 회원들은 너도나도 댓글 전쟁에 가세했고 게시판은 순식간에 싸움터로 변했다. 회원들은 5·18을 공산폭동으로 규정지으며 전 전 대통령을 비호했다.

“5·18은 북한 세력에 의한 국가 전복 사건이다. 북한 자료들에도 관련 내용이 남아 있다고 하고, 인터넷에서 검색 가능한 귀순 용사의 증언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인)

“광주사태는 지역적인 피해의식과 슨상님(김대중 전 대통령 지칭)의 무조건적인 숭배의식이 합쳐져 낳은 민란이자 폭동이다. 무기고 털고, 장갑차 탈취해서 관공서와 방송국 점령한 게 어떻게 민주화운동이란 말이냐.” (만만만세2, yoon 등)

“정말 민주항쟁이었다면 전국에서 그런 사태가 일어나야 옳지 않겠는가. 당시 상황을 잘 모를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폭동을 민주항쟁이라고 인식할까봐 두렵다.” (zaksal)

이들은 “5·18 광주폭동은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5공 독재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5·18을 폭동이라 불러…”

이에 대해 많은 누리꾼들은 “전사모라는 모임이 있는 것 자체가 놀랍다. 들을 가치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세상에 진짜 전사모라는 모임이 있다니…. 전사모 게시판을 보니 그들은 ‘화려한 휴가’를 ‘더러운 휴가’ ‘화려한 폭도’라고 부른다. 일해공원 반대운동에 나온 어린아이에게도 악담을 늘어놓고 있다. 정말 뇌 없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다. 눈물나도록 한심하다.” (풋)

“너희들 가족이 곤봉에 얻어맞아 뼈 부러지고, 개머리판에 찍혀 머리 깨지고, 대검에 찔려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갔다면, 어떻겠느냐. 어이없는 소리 좀 그만해라.” (잇힝, 정주호 등)

“3·1운동, 광주학생운동 등은 일제의 입장에서 보면 황국 2등 국민들의 폭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신군부세력이나 ‘전사모’처럼 5공 독재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5·18을 대한민국 2등 국민인 전라도 사람들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치부할 것이다.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갔다.” (zionlyw)

이들은 또한 “전사모(전두환을 사형시키는 모임)를 만들자. 또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를 폐쇄시키는 모임도 만들자”고도 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