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근질근질해요. 빨리 상대방 도복 깃을 잡아 봐야 하는데….” 이원희는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 같았다. 시간이 부족해 ‘벼락치기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재활 도중 잠시 짬을 낸 이원희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 JDI 스포츠클리닉에서 상체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밭다리걸기로 상대를 떨게 했던 오른발은 탈착식 깁스를 했다. 빗당겨치기로 적을 메치던 두 손은 목발을 잡고 있다. 유도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6·KRA)는 매트가 그립다. 하지만 당분간은 참아야 한다. 그는 4월 27일 오른 발목 수술을 위해 독일행 비행기를 탔고 석 달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아직 걸을 땐 절룩거린다.
“수술은 잘됐대요. 하지만 몸에 칼을 댄 건 처음이라 마취 깰 때 기분이 아주 안 좋았어요. 우울하고 무섭고….”
3개월 동안의 독일 생활은 괜찮았다. 무엇보다 부모님과 함께여서 외롭지 않았다. 일요일만 빼곤 종일 재활 치료를 해서 무료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김n송 유나이티드 정형외과병원에 입원실도 준비했다. 검진과 치료를 마치면 같은 건물에 있는 JDI 스포츠클리닉에서 운동치료를 한다. 치료를 맡은 송준섭 원장은 “재활에만 3∼4개월 걸릴 것 같다. 고압산소치료기 등을 동원해 수술 부위의 뼈 밀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는 마음이 급하다. 10월 초 전국체육대회에 이어 10월 23일부터 올림픽대표 1차 선발전에 출전해야 한다. 3개월도 안 남았다.
73kg급에는 자신의 천적으로 유명한 팀 후배 김재범, 무서운 신인 왕기춘 등이 ‘포스트 이원희’를 노리고 있다.
“불안하지는 않아요. 컨디션만 완벽하다면 어떤 상대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10월까지 완벽한 컨디션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훈련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만났을 때의 돌덩이 같던 몸도 아니다.
“지금은 몸이 정상이 아니에요. 근육도 많이 줄고…. 하지만 도전해야죠. 주변에서 너는 이룰 거 다 이룬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능력이 허락한다면 유도의 모든 기록을 다 갈아 치우고 싶거든요.”
12경기 연속 한판승, 국내 최초 유도 그랜드슬램, 국내 최다 48연승…. 정말 다 이룬 것 같은데 그는 아직 배고프단다. 당장의 ‘먹잇감’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다. 유도 올림픽 2연패는 국내에선 아직 없다.
중학교 때 몸에 안 좋다는 얘기를 듣고 ‘콜라도 끊은’ 이원희. 용인대 1학년 때 만들었다는 그의 e메일 ID는 ‘opchampion’(올림픽 챔피언)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