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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빌려주면 중앙위원 감투 줄게”

입력 | 2007-08-08 03:03:00


대통합민주신당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예전 열린우리당보다 오히려 못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직 창당 초기이긴 하지만 당직 인선이나 중앙위원 선출 등에 있어 특정인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정당 민주주의 역시 후퇴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주 요인이다.

오충일 민주신당 대표는 기존의 ‘대통합’이라는 수사(修辭) 대신 공개 석상에서 ‘새통합’이란 단어를 적극 사용하며 ‘새로움’을 마케팅하고 있으나 새로운 인물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중앙위원 중에는 “이름만 빌려줬다”고 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무리한 선정 과정에 따른 비판도 나온다. 민주신당 측은 “어차피 대선 때까지 한시적으로 이어지는 체제이므로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지 말아 달라”는 자세지만 “아무리 대선도 좋지만 기본 명분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선출은 없고 지명만…’=당무를 집행하는 최고 의결체이자 정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핵심 기구인 중앙위원회를 인선하는 데 있어 민주신당은 ‘정파별 배분’이라는 현실정치 논리를 택했다. 현재 전체 중앙위원은 400명이며 이 중 200명은 정치권, 200명은 시민단체 몫으로 할당됐다.

정치권 중앙위원은 거의 대부분 각 정파 핵심 의원 혹은 대선주자들과의 친소 관계에 의해 선정됐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별도의 검증 절차도 생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신당은 6일 원내대표 경선도 약식으로 치렀다. 이석현 의원 등은 “특정 후보를 지도부에서 사실상 낙점한 듯한 모습은 신당’답지 않다”고 말했다.

▽‘새 인물’은 어디에=중앙위원 선정 과정을 보면 ‘새 인물’이 구조적으로 등장하기 힘들게 돼 있다. 민주신당 측에 따르면 전병헌 이강래 의원 등이 주축이 된 열린우리당 탈당파는 탈당 의원들과 가까운 옛 열린우리당 및 민주당의 총선 낙선자, 당직자, 원외 지도부 인사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자체 조직인 선진평화연대와 이호웅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나섰다. 손 전 지사 재임 시절 함께했던 정승우 전 경기도 행정부지사, 여순호 전 경기도 가족여성정책국장 등 경기지역 전현직 공무원과 김대숙(한나라당) 전 경기도 의원 등 도의원을 대거 끌어들였다.

김효석 의원 등이 이끄는 민주당 탈당파는 민주당 출신으로 총선, 지방선거에 낙선했던 사람들을 우선 배려했다. 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호남 정치인들 중에는 36년 전 8대 국회에 등원했던 김창환 전 의원을 필두로 유인학(13대) 김장곤(14대) 전 의원 등 60, 70대의 옛 정치권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민주신당이 ‘새 신(新)’자를 붙인 것은 현재 모습이 새로워서 그런 게 아니고 앞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름만 낸다기에…’=시민단체 측 중앙위원 중에는 아예 “별로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있다.

당초 중앙위원을 구성할 때 시민단체 측은 창당 3일 전인 2일 오전까지도 200명 중 50여 명의 중앙위원을 지명하지 못했다. 또 7월 24일부터 8월 7일까지 시민단체 몫 중앙위원 중 20여 명이 해촉됐다는 게 민주신당 측의 설명이다. 명단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교체 멤버가 투입된 셈이다.

대북 전문가인 K 교수는 “아는 선배한테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 발기인 명단을 만들 때 이름 올린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고 말했다. K 교수는 “범여권이 잘돼서 대북 포용정책이 계승되길 바라기 때문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지만 정치활동을 할 생각은 없다”며 “중앙위원 회의나 창당대회에는 한 번도 안 나갔다. 거기 앉아서 내가 뭘 하겠나”라고 말했다.

모 대학 한의학과 L 교수는 “시민운동으로서 미래창조연대까지만 참여하려고 했는데 미래창조연대 창준위 중앙위원이 신당 중앙위원으로 자동 승계됐다”고 했다. L 교수는 미래창조연대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한의학계에서 나를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능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신당의 첫인상에 대해 학계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정당이 아니라 선거연합’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은 전체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전제하에 정권 획득을 추구한다는 게 교과서적 정의인데 민주신당은 전체가 충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인적 구성이나 지향점, 당내 민주주의 성숙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민주신당은 명분이 약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