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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알파걸이 접수한다

입력 | 2007-08-08 03:03:00


《‘알파걸(학업이나 리더십에서 남학생에게 뒤지지 않는 엘리트 소녀)’이 시대의 대세인가. 세계적으로 여학생의 학업 성적이 남학생을 앞지르고 있다. 독일에서 최근 인문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아비투어) 합격자 중 57%가 여학생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고등학교 학생 중 졸업자격시험(바칼로레아)을 거쳐 대학 3년(한국의 학사과정)까지 마치는 여학생이 32.5%인 반면 남학생은 22.3%에 그쳤다.》

미국에서도 고등학교의 대학 교양과목 선수반(AP) 수강 학생 중 70∼80%가 여학생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5일자 일요판에서 ‘학교의 여성화’와 ‘컴퓨터’를 이유로 꼽았다.

독일도 한국처럼 여자 교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대에 재학 중인 여성 비율은 10년 동안 55%에서 61%로 늘었다. 초등학교에서 남자 교사는 15%밖에 되지 않는다. 남학생을 다룰 땐 엄격함이 필요한데 학교가 여성화되면서 질서가 부족해져 남학생에게 실질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공책을 책상에 올려놓으라고 하면 여학생은 거의 모두 올려놓지만 남학생은 많아야 80% 정도만 지시를 따른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컴퓨터도 학업과 상관관계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여학생이 책을 보는 시간 남학생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한다. 남학생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컴퓨터나 TV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경우가 3분의 2에 이르렀지만 여학생은 이런 경우가 14%에 그쳤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독일에서 매년 비실업계 일반중학교(Hauptschule)를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 3명 중 2명은 남학생으로 나타났다.

미국 CBS방송도 최근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미국 고등학교 학급 반장 4명 중 3명은 여학생이고 졸업식 때는 여학생이 상을 휩쓴다”며 남학생과 여학생의 역할 모델이 달라진 것을 이유로 꼽았다.

여학생의 경우 양성평등 확대로 과거 남학생이 차지했던 영역에 진입하면서 “계속 잘해보라”는 격려를 받으며 성장한다. 반면 남학생은 운동을 잘해야 여학생에게 인정받는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남자다워지는 것’과 ‘우수한 학생이 되는 것’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오늘날과 같은 지식사회일수록 대학교육이 직업 선택에서 더 나은 기회로 이어진다며 남학생의 학업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남녀를 분리해 교육하고 교사의 남녀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