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를 뽑는 경선일을 10여 일 앞두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선거인단 표심잡기의 막판 경쟁이 치열하다. 양 진영 조직 담당자들은 선거인단에 포함된 당원과 대의원들의 지지 성향을 파악해 각각의 이름 앞에 ‘○, △, X’로 표시를 해두고 이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는 ‘우리 편’, ‘△’는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 ‘X’는 ‘상대 후보 지지자’다.》
경선 D-11… 빅2 막판 표심잡기 치열
11만 黨心성향 파악 부동층 집중공략
‘○맨’도 변심 우려 꾸준한 관리 대상
▽정확한 성향표를 작성하라=양 진영은 11만여 명에 이르는 대의원과 당원들의 지지 성향을 이미 파악했다고 한다. 18만여 명의 선거인단이 확정된 뒤 양 진영은 거의 매일 여론조사를 빙자한 ‘성향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며 여론조사를 하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선거인단 명부를 옆에 놓고 ○, △, X 표시를 해가며 성향표를 만든 것.
6만여 명의 국민참여 선거인단 성향표는 아직까지 작성 중이다. 상세 주소와 전화번호가 함께 적힌 당원과 대의원 명부와 달리 국민참여 선거인단 명부에는 세부 주소가 없고, 전화번호도 따로 모아져 있어 이름과 전화번호를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 이 작업에는 각 지역 사정에 밝은 기초의원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이 성향표를 근거로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전화를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동하기 위해 차를 타기만 하면 전화해야 할 명단과 전화번호가 주자에게 건네진다는 것.
▽△맨과 ○맨을 잡아라=양 진영의 타깃은 ‘△’ 표시된 일명 ‘세모 맨’이다. 세모 맨에는 중립을 공표하거나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과 지지 후보를 결정해 놓고도 내색하지 않는 사람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양 진영의 구애는 중립을 표방하거나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세모 맨들에게 집중된다. 한 대의원은 7일 “거의 매일 양 진영에서 지지를 당부하는 전화가 와 피곤할 정도”라고 말했다.
○ 표시된 ‘동그라미 맨’도 만에 하나 ‘변심’을 염려해 꾸준히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캠프로부터 자주 안부전화를 받는 동그라미 맨은 전화가 반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캠프가 이 사람을 전적으로 믿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상대 진영을 교란하기 위한 ‘거짓 동드라미 맨’도 있다고 한다. 지역별로 당원협의회장의 성향이 대의원이나 당원의 성향과 다를 경우 당원협의회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대의원과 당원들이 흔히 써 먹는 수법이다. 이들은 실제 ‘X맨’인 셈이다.
▽자리를 미끼로 써라=당 안팎에서는 차기 정권의 국회의장, 당 대표, 사무총장 등이 이미 여러 명 뽑혀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양 진영이 지지를 호소하면서 자리를 ‘당근’으로 내걸고 있다는 얘기다.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 당원협의회장에게는 18대 총선에서의 공천이 좋은 미끼다.
자리가 필요 없는 대의원과 당원 설득작업은 ‘인연’을 무기로 삼는다. 이들의 각종 연고를 분석해 ‘연’이 닿는 인맥을 총동원하는 전방위 구애작전을 쓰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