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는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생각하는 기준이 있고, 행동의 기준이 있다. 이러한 기준은 그 사회를 조화롭게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가 된다. 그러나 기준이라는 것이 횡행하다보면 쓸데없는 기준도 생기게 마련이다. 어떤 때는 사실은 기준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기준으로 받아들인다. 예를 들면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그렇다. 어느 것이 아름답다는 것은 사회적 약속도 아니며 감정적 약속도 아니다. 아름다움이야말로 각자가 느끼는 감정이므로 기준이 있을 수 없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우리는 그 아름다움의 기준을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부모에게서 받은 얼굴을 고치기도 한다.
‘信馬由5(신마유강)’이라는 말이 있다. ‘信’은 ‘믿는다’라는 뜻이다. ‘盲信(맹신)’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덮어놓고 믿는다’라는 뜻이다. ‘盲’은 ‘소경, 눈에 보이지 않다’는 뜻이므로, 원래는 ‘보지도 않고 들은 대로 믿는다’라는 말이다. ‘由’는 ‘∼에서 연유하다, ∼에 따라 행동하다’라는 뜻이다. ‘自由’는 ‘자아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동양에서는, 사람은 모두 天性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믿었다. 사람 하나하나가 하늘의 뜻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진실은 하늘과 통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자아로부터 나오는 행동이 바로 自由라고 생각했다. ‘5’은 ‘고삐’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信馬由5’은 ‘말을 믿고, 고삐에 따라 행동하다’라는 말이 된다. 말을 아무리 믿는다고 해도 말이 가자는 대로 가서는 안 된다. 고삐는 원래 사람이 말을 부리는 도구이다. 그런데 말이 움직이는 대로 고삐도 움직이게 되므로 고삐를 따라 행동하는 것은 곧 말이 움직이는 대로 사람이 따라가는 것이 된다. 큰일을 하려는 사람은 자기 편 사람의 말을 믿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과도하여 ‘信馬由5’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혼란을 우리는 지금도 보고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