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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도 ‘수몰’

입력 | 2007-08-08 03:07:00

2003년 울산시가 반구대암각화 보존 대책을 마련한다며 발주한 연구 과정에서 주로 화강암 등의 강도 측정에 쓰이는 장비로 반구대암각화를 두드리는 모습. 사진 출처 반구대암각화 보존 대책 연구


울산시 “물막이벽 설치” vs 학계“댐 수위 낮춰야”

임시 물막이벽 설치로 합의될 것 같았던 울산 대곡리 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 보존 대책이 다시 미궁에 빠졌다.

문화재청은 암각화 침수의 원인인 인근 사연댐의 수위를 10m 낮추는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물막이벽을 설치하기로 하고 지난달 31일 간담회를 열었으나 학계와 울산시가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본보 7월 27일자 A14면 참조
선사시대 바위그림 물에 잠겨 훼손 위기…보호벽 만든다

울산시는 댐의 수위를 낮추면 8만2000t의 물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계는 3∼5년 안에 대안을 찾아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울산시는 우선 물막이벽을 설치한 뒤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견해를 되풀이하고 있다.

○학계와 울산시의 씨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성익환 박사는 대안을 제시했다. 울산시가 태화강 수질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여과시설의 용량을 현재(10만 t)의 2배로 늘리면 이 중 8만2000t을 대체 용수로 사용할 수 있으며 울산시가 공급받는 낙동강 물(15만 t)이 한국수자원공사와 계약을 한 용량(25만 t)의 일부이므로 10만 t을 더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이 제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김기수 울산시 문화체육국장은 “여과용량을 두 배로 늘리면 강이 말라버린다”며 “낙동강 물은 3급수여서 깨끗한 물을 원하는 울산 시민들이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는 “고도정수처리로 1급수를 만들 수 있으며 낙동강 물을 여과해 마시는 경남 창원시는 낙후 지역이라는 이야기냐”고 꼬집었다. 특히 울산시가 댐 수위를 낮출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물막이벽 유지 기간에 대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한 것은 물막이벽을 영구화하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엄승용 문화재청 문화유산국장은 “문화재청이 직접 보존 대책팀을 구성해 현재 댐 수위로 식수원 공급이 가능한지, 대체 용수 공급 방법은 무엇인지, 물막이벽을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암각화 균열 심각”

암각화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울산시가 2003년 ‘반구대암각화 보존 대책 연구’ 과정에서 암각화 표면 강도를 측정한다며 단단한 화강암에 쓰는 강도 측정 장비(콘크리트해머)로 암각화의 전면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7일 “점토가 쌓여 사기그릇처럼 변해 버린 암각화의 약한 표면에 1∼2m 높이에서 0.7kg의 쇠 추를 여러 차례 떨어뜨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로 인해 암각화 균열이 심화됐고 안에 강물이 들어가 팽창하면서 훼손이 가속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구대암각화:

고래사냥 모습 등 선사시대의 일상을 보여 주는 인물과 동물 300여 점이 새겨진 바위그림으로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추진되고 있으나 1965년 대곡천 하류 사연댐 건설 이후 32년간 반복적인 침수 때문에 훼손되고 있다. 특히 1년에 8개월 동안 물에 잠겨 있어 바위그림이 닳고 떨어져 나갈 위험에 처해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