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이정문 씨(오른쪽)와 신세대 만화가 박성재 씨. 김미옥 기자
‘디 워’ ‘트랜스포머’ 등 SF 영화가 바람을 일으키는 가운데 한국 SF 만화계의 이정문(66) 박성재(33) 작가가 2일 SF 담론을 펼쳤다. 이 씨는 1960년대 중반 한국 SF의 새로운 장을 연 ‘설인 알파칸’을 최근 복간했다. 박 씨는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에스탄시아’를 제작한 만화창작팀 ‘풍경’의 일원으로 새 만화 ‘블러드 오션’을 최근 냈다.
▽이정문=SF는 거침없이 상상하는 거다. 1965년 은하수를 보고 손오공이 생각나 ‘알파칸’을 그렸다. 이제 상상을 가지고 먹고 살아야 한다. 미키 마우스 하나가 얼마나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박성재=한국이 SF 불모지라고 하는데 팬들은 많다. 디 워나 트랜스포머의 인기를 보라. 미국 만화 차트의 1∼10위는 모두 SF다. 한국에선 SF가 취약하다고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SF만큼 부가가치가 큰 게 없다. ‘에스탄시아’는 좀비를 다뤄 미국 시장에 어필했다.
‘에스탄시아’는 미국 만화사이트 ‘웹코믹스네이션’에 연재돼 주간인기순위 2위에 올랐다. 2006년 미국 온라인만화축제에서도 우수상 후보에 올랐다.
▽이=콘텐츠 생산의 주력이 SF여야 하는데 한국에선 잘 안된다. 트랜스포머도 만화가 원작이다. 보통 만화가 한 컷에 하루 걸리는데 SF는 2, 3일 걸린다.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박=우리만의 SF가 나와야 한다. 공들여 만들어도 미국이나 일본의 아류라는 소릴 듣는다. 우주선 등을 그릴 때도 다른 나라의 만화보다 각종 곤충을 참고한다. 세계시장에도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미래를 디자인해야 한다. SF 만화에 나오는 집이 온돌방이고 군대는 한국 군대 복장을 하고….
▽이=1970년대 흑백 TV에서 마징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자존심이 상해 로봇 ‘철인 캉타우’(1975년)를 그렸다. SF는 꿈을 이루어지게 하는 힘이 있다. 일본 전자산업의 미니멀리즘, 정교함은 아톰의 영향을 받았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를 황당하다고 했던 뉴욕타임스는 100년 뒤 사과 기사를 냈다. SF는 미래를 내다본다.
상상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 씨는 “‘북극에 구멍이 났다’는 등 신문의 작은 기사도 상상력과 연결된다”고 했고, 박 씨는 “다큐멘터리를 종일 본다”고 말했다.
▽박=요즘 작가는 디테일은 잘 보여 주는데 스스로 스케일을 제한하는 단점이 있다.
▽이=SF는 이야기의 영원한 보고다. 300억 광년 떨어진 곳을 상상 하나로 형상화할 수 있는 게 SF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