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란 말이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이 오명을 씻기 위해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김호곤 전무는 7일 “기술국을 대폭 강화해 대표팀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최근 사퇴한 핌 베어벡 감독 등 거의 1년 주기로 감독이 바뀌는 원인이 기술위원회와 기술국의 지원이 부족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협회가 고려하고 있는 기술국 개편은 국장을 포함해 4명인 인원을 최대 12명까지 늘려 연령대별 대표팀 지원, 지도자 교육, 행정의 3개 팀으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 있는 기술국도 경기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로 옮긴다. 대표팀 지원의 경우 연령대별 선수 파악 및 분석, 상대 팀에 대한 전력 분석 등 다양한 데이터를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협회의 기술국 강화 계획은 의도는 좋지만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시스템과 달라지는 것은 인원의 증가일 뿐 결국 기술국은 자료 분석만 하고 최종 결정은 종전대로 기술위원회가 하게 돼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기술국과 기술위원회는 손발이 맞지 않아 최종 결정에 차질을 빚었고 이는 대표팀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기술위원장으로 한국의 4강 신화를 거든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기술국장이 기술위원장을 겸임해야 한다. ‘일하는 사람 따로, 판단하는 사람 따로’이면 비효율적이고 잘못된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 등 축구 강국은 상임 기술위원장에게 4년 임기를 보장해 체계적으로 대표팀을 지원하게 한다. 반면 우리는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기술위원회를 운용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도 “솔직히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무보수 명예직인 기술위원회로는 대표팀을 제대로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호곤 전무와 김재한 부회장 등 협회 고위 관계자들과 강신우 기술국장 등은 이에 대해 두 차례 회의를 했고 조만간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술국 개편은 18일 개막하는 17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이 끝난 뒤인 9월 중순에 단행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