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한영애. 원대연 기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입니다.”
느린 듯 낮은 목소리로 오프닝 멘트를 날린 지 벌써 5년이 됐다. 매일 오전 9시 EBS FM 라디오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를 진행하며 그녀는 음악 미술 공연 문학 영화 등 ‘현장’이 있는 곳곳을 누볐다. 행동하는 문화인으로 ‘문화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출연진만 해도 800명이 넘는다.
“‘세월이 변해도 가수는 노래로 말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문화를 제대로 다뤄보자는 말에 솔깃한 거죠. 처음엔 길어봤자 6개월 정도 하겠지 싶었는데 5년이 돼 버렸네요. 다들 이만큼 버틴 걸 신기해하지만 나도 놀라워요.”
앞으로 얼마나 더할 계획이냐고 했더니 “쿨해야 한다”며 “내가 이 방송을 안 하면 할 사람이 없다는 건 큰 착각이고 단 1%의 갈등만 생겨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음악과 방송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는 2003년 리메이크 앨범 ‘비하인드 타임’을 낸 뒤 공연 외에 다른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스스로도 본분을 잊고 ‘직무유기’하는 것 같다며 “이제 소리도 쌓이고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것도 생기는 거 같으니 뭔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로서는 주춤했지만 방송을 진행하며 얻은 것도 많았다. 청취자들의 소소한 사연을 접하며 문화도 결국은 사람 얘기라는 것을 느꼈다.
“사업 망했다. 남자친구랑 싸웠다. 월급이 얼마인데 과외비는 얼마나 들어간다 등. 온갖 사연이 다 들어와요.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읽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EBS는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 방송 5주년을 맞아 8월 15일 오후 7시 EBS 본사 스페이스홀에서 특집 공개방송을 연다.
‘문화를 사랑하는 당신에게’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방송에서는 출연자 패널 대표들이 모여 대담을 나눈다. 특히 대담 후 미니 콘서트에서는 그녀가 최근 결성한 밴드 ‘난뺀’을 처음 선보인다. ‘난뺀’은 그녀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세부터 24세까지의 대학생 5명을 모아 결성한 밴드다.
“연주와 노래가 딱 맞을 때의 순간을 우리끼리 ‘어, 이거 나는데?’라는 표현을 쓰는데 거기서 밴드 이름을 따왔죠. 20대로 돌아가 잊고 있거나 해보지 않은 것들을 어린 친구들과 해보려고요. 음악에는 나이가 없잖아요? 겨우내 연습해서 좋은 밴드로 거듭 나야겠죠.”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