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이 재개정된 지 34일 만에 교육인적자원부가 사학법과 시행령을 다시 고치겠다고 나섰다가 비판 여론에 밀려 하루 만에 부랴부랴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교육부는 전교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사학의 교원으로 특별 채용하고 교원 임면 때 교원인사위원회의 회의록 사본을 관할 교육청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개정안에 포함시킬 계획이었다.
사학들은 사학의 자율성과 인사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데다 다른 법과의 형평성이나 법체계에도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특채 규정의 적법성에 대해 “공무원법에는 이미 이런 규정이 있는데 사학법에는 없어 법규상의 기술적인 문제를 고치려는 것일 뿐”이라며 “이미 관련 단체와의 의견 수렴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곧 거짓말로 드러났다. 국가공무원법이나 교육공무원법 어디에도 그런 특채 규정은 없었다.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전교조 간부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재개정의 필요성을 나름대로 주장하면서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인데 어떻게든 살 길을 마련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7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현 시점에서 사학법 재개정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교정책실장은 “반대 여론이 이렇게 심할 줄 몰랐다.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해 정부 입법으로 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흐렸다.
젊은 날 민주화 투쟁 경력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교사로 특채한다면 개인 차원의 ‘보상’으로 끝나지 않고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교육이 열정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교육부는 얼마 전에도 전교조 간부 출신으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하는 평교사를 규정에도 없는 교장급 교육연구관으로 특채하려다 백지화한 일이 있다.
교육부의 이런 무소신, 무원칙은 실무자만의 책임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정치권과 전교조의 눈치를 너무 살핀다는 교육부 수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본인은 “나는 소신 있는 사람”이라고 항변하지만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 저절로 고개를 젓게 된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