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청 2층 군수실은 한 달 가까이 주인 없이 텅 비어 있다.
여름휴가 때문이 아니다.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엄창섭 군수는 지난달 13일부터 병가를 내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고 군수 비서실장은 업체에서 1억5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3일 구속됐기 때문이다.
군수가 없으니 울주군정도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울산시의 정기 인사로 지난달 19일 국장 한 명이 발령 났지만 군수 결재를 받지 못해 아직 보직이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이달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울주군청사 이전 사업도 군수가 없어 1일로 예정된 ‘울주군청사 입지선정위원회’가 연기되는 등 계획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울주 7봉 문화콘텐츠 사업과 영어마을 조성 등도 제대로 추진될지 의구심을 품는 직원이 많다. 이들 사업 대부분은 울산시와 업무 조율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엄 군수의 의지에 따라 추진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검찰 수사는 답보 상태다. 엄 군수가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구급차를 타고 와 울산지검에 출두했지만 정신적인 공황 상태인 ‘섬망’ 증세를 보여 검찰은 혐의 사실에 대해 한마디도 물어보지 못하고 돌려보냈다. 과잉 수사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민선 자치단체장에 대한 예우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제 공은 엄 군수에게로 넘어간 셈이다.
혐의가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고, 검찰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아 혐의를 벗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 군수가 당당하게 검찰에 출두해야 한다.
그것이 18만 울주군민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고 그가 그렇게도 애착을 가졌던 울주군정을 정상화하는 길이 아닐까.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