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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에서 무엇을 논의하나

입력 | 2007-08-08 19:55:00


28~30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이에 기반을 둔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핵심으로 남북 간 쌓여있는 숱한 현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7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결정적인 해법을 도출해 동북아 평화 무드를 고조시키는 동시에 경색국면에 빠져있는 남북관계를 업그레이드한다는 두 가지 주요 기본목표를 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아침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한반도비핵화와 남북 간 평화 문제, 군비통제, 경제협력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하라"며 4가지 회담 의제를 제시했다.

◇북핵 폐기 해법을 찾아라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단연 북핵 문제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동안 '북핵 6자회담의 결과를 공고화할 가장 적절한 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정상회담의 외견상 유일한 연결변수로 북핵문제 진전 상황을 따져왔기 때문이다.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로 해결에 대한 돌파구를 찾는 듯 했던 북핵문제는 향후 북한의 핵시설 신고 및 핵 폐기 프로세스 진행과 이에 대한 상응 조치의 복잡한 함수관계로 해결이 만만치 않은 과제다.

각 조치 단계 마다 북한을 포함한 관련 6개국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데다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터라 향후 전망은 더더욱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난망해 보이는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닐 수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우선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과연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면서 수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북핵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느냐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북핵과 관련한 언급을 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바탕으로 북핵문제는 급물살을 탈 것이 확실시된다.

◇평화체제로의 전환 기틀을 마련하라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는 별도로 평화체제 문제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군사 대치상황을 종식하고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를 고착화하기 위해서는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도 북핵 문제가 조금씩 진전되면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수시로 강조해왔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북핵 문제 해결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마지막 단계에서 실제로 추진되고 있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화체제 구축 과정의 일환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을 채택할 가능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비록 평화체제로의 전환과정은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만 '평화선언'만으로도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는 등 평화체제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해볼수 있다.

더군다나 '평화선언'은 북한과 미국 주도로만 여겨졌던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남북 주도로 전환한다는 의미도 더할 수 있어 향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남북의 주체성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높다.

◇경협 등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켜라

북핵문제와 평화체제로의 전환과 같은 거대 담론 외에도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 자체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2000년 제1차 정상회담 이후 남북 교류협력은 그 파이를 조금씩 키워왔지만 작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인한 남북관계 경색 등에서 나타나듯 남북 경제협력은 순간순간의 상황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온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남북관계가 질적, 양적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북 경협은 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제13기 민주평통자문회의 출범식에서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을 설명하면서 강조한 '남북공조를 통한 북방경제 시대 개척 구상'과도 맥이 닿아있다.

한반도와 대륙간 협력공간을 복원해 한반도의 비즈니스·물류 허브화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북핵과 평화체제 문제는 미국과 중국 등 이 문제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관련 당사국들이 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간 경제협력 문제가 가장 실질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날 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 "남북경협 및 교류협력 관계를 양적,질적으로 한 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반도 구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이외에 정상차원에서만 제기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획기적인 대규모 남북 경협 관련 구상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비통제·NLL·납북자' 해법도 찾아야

북한의 핵 문제와는 별도로 군비통제에 관한 실질적인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 2000년 9월 이후 7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재개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와 함께 남북 간 최대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짚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남북 장성급 회담을 통해 군사적 협력 문제를 논의하고는 있지만 NLL 문제로 인해 한 발 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상 차원에서 이에 대한 원칙을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납북자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납북자 실체에 대한 인정 여부를 놓고 남북 간은 물론 납북자 가족과 정부의 갈등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어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지난 2차례의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인의 납북사실을 북측으로부터 인정받은 바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상회담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원칙적이고 포괄적인 면에서 각 현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며, 여기서 도출된 원칙 틀에서 양측간에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