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덕장 경비 덕수씨는
짤막한 다리에 긴 허리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나만 보면 겅중겅중 뛰는 눈 검은 사내다
얼큰이 감자탕집에서 회식한 날
돼지등뼈 싸들고 와서
덕수씨, 덕수씨, 부르면
꼬리 탈탈치며 자빠졌다 일어날 때마다
쇠사슬 끌리는 소리
언 땅에 뼈다귀 쏟아주면
달빛 가득한 눈으로
뼈다귀 보고 나 보고 뼈다귀 보고 나 보고
꼬리만 더 세게 친다
덕수씨 먹어 어여 먹어
그제야 뼈다귀 한 번 핥고 나 한 번 핥고
돼지등뼈와 덕수씨와 내가
삼각형으로 이어지는 밤
덕장 위로 달이 뾰족하다
- 시집 '구룡포로 간다'(애지) 중에서》
구룡포 앞바다 물비늘 다 긁고 온 칼바람이 뼛속을 후비어도 추운지 몰랐어요. 덕장에 걸린 과메기들 괭이가 채어갔나 세고 또 세느라 해 지는 줄 몰랐어요. 버려진 날 데려다 씻기고 먹이고 '덕수씨'라 불러 주시니 안 먹어도 배부르고말고요. 백 리를 달려도 식지 않을 심장을 지녔으나 이젠 제법 쇠사슬도 견딜 만합니다. 사슬 하나 없는 삶이 어디 있을라구요. 한없이 가벼워뵈는 저 갈매기들도 날개에 부딪는 게 자유만은 아니라더군요. 우리 모두 사슬에 매여 너 한 번 핥고 나 한 번 핥고 뼈다귀 한 번 핥으며 따뜻한 별자리가 되어 가는 걸 알다마다요.
-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