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은 축구 대표팀 선수들에게 ‘맏형’인 홍명보를 ‘명보’라고 부르라고 했다. 물론 그라운드 안에서의 얘기다. 효과는 컸다. 후배들은 선배의 이름을 부르며 패스 연결이나 공간 침투 등에서 조직력을 발휘했다.
선수들 간의 소통을 강조하는 프로축구 FC 서울의 ‘리더 프로그램’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수들이 경기 내내 입을 다물고 경기하는 바람에 조직력이 살지 않자 최근 서울이 영입한 스포츠심리학자 김병준 인하대 교수가 만든 프로그램이다.
수비는 골키퍼 김병지가, 미드필드와 공격진은 이을용이 리더로서 선수들을 지휘한다. 그냥 지휘하는 게 아니라 말과 제스처로 선수들의 위치를 정해 주고 잘할 땐 “잘했어”라고 격려해 주고, 못할 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혼을 내는 것이다.
그러자 달라졌다. 서울은 1일 수원 삼성과의 축구협회(FA)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4-2로 승리했고, 8일 K리그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선 1-0으로 이겼다. 박주영과 김은중 정조국 심우연 등 스트라이커 모두가 부상 중이지만 ‘소통의 조직력’은 위력을 발휘했다. 김 교수는 “단체 스포츠에서 소통은 팀워크를 키우는 주요 요소”라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