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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25시]페어플레이 실종 ‘KBO총장의 입’

입력 | 2007-08-13 03:03:00


“팀마다 용병 선수가 2명씩 뛰니까 (프로야구 전체에서) 외국인 심판도 2명이 적당한 것 같다. 각 구단의 의견을 들어보고 우선 용병 심판 2명 정도를 (실전에 배치해) 시범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고기 집으로 KBO 직원 20여 명을 초대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 총장은 이 자리에 합석한 기자에게 “미국 출장 갔을 때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마이너리그 심판에 대해 알아보니 연봉이 2만 달러 수준이라더라. 실력은 뛰어나면서 국내 심판보다 저렴하지 않으냐”며 “용병 심판이 국내에 들어오면 야구팬에게는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함께 식사를 하던 KBO 직원들은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직원은 “오늘 하 총장께서 기사 한 건 주셨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 총장은 또 지난달 사상 초유의 경기 보이콧 파문을 일으킨 일부 심판을 지칭하며 “내가 억대 연봉도 만들어 줬는데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뒤 “문제를 일으킨 심판에 대한 징계 여부는 시즌 직후에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본보가 이를 11일자 스포츠 면에 단독 보도하자 하 총장의 태도는 돌변했다. 언론사 몇 곳에서 기사를 놓쳤다며 항의 전화가 오자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사실 관계를 재확인하려고 다시 전화를 건 한 언론에는 “식사하면서 한 얘기를 확대 해석하면 되느냐”고 했다고 한다.

이에 본보가 12일 “정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느냐”고 재차 확인하자 하 총장은 “미국프로야구 심판의 연봉을 조사한 것은 국내 심판학교 운영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지 외국인 심판을 영입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하 총장은 당시 식사 자리에선 정작 본인은 심판학교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심판 연봉 얘기를 거론한 것은 용병 심판 도입 문제를 얘기하던 중이었다.

하 총장의 말 바꾸기가 프로야구를 관할하는 최상위 기구인 KBO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땅에 내팽개친 것은 아닌지, 그게 아니라면 본보가 ‘식사 중의 가벼운 입을 가려듣지 못한 오류’를 범한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 관계자는 “하 총장의 말은 반만 믿고 반은 믿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