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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속죄의 드레스코드는 ‘모노톤’

입력 | 2007-08-17 03:02:00


신정아 씨 - 싸이 - 패리스 힐턴 - 황우석 교수 등 블랙 화이트 그레이색으로 심리 반영

fake로 일그러진 우상들의 패션

“흰 모자를 쓴 신정아 씨를 상상이라도 해 봤겠어요!”

지난달 17일. 학력 위조로 물의를 빚은 신 씨가 잠적 1주일 만에 미국 뉴욕 케네디공항에 나타났다. 흰색 모자에 검은색 뿔테 안경, 회색 티셔츠… 평소의 단아함은 사라졌다. 이 모습을 본 패선 전문가들은 “심경의 변화가 옷차림에 드러난다”고 말했다.

패션은 심리를 반영하는 거울이다.‘패션 리더’로 알려진 유명 인사들이 주요 사건을 겪은 후 패션 코드가 달라지는 이유다. 이른바 ‘속죄의 드레스코드’는 블랙, 화이트, 그레이 등 모노톤이 대세다. 패션에 나타난 이들의 속죄 지수는 얼마나 될까? 국내 패션 전문가 5명을 통해 이들의 패션을 분석해 봤다.

○도망치고 싶어요… 변장 패션 신정아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동국대 조교수 출신인 신 씨는 평소 심플한 엘레강스 스타일을 추구했다. 삼성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조윤희 연구원은 “단아한 검은색 정장에 원색 인웨어로 포인트를 줘 지적이며 역동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잠적하다 나타난 신 씨의 패션은 변장 코드였다. LG패션 마에스트로캐주얼 손은영 디자인 실장은 “여성 유명 인사들은 모자 등 소품으로 얼굴을 가려 도피 심리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는 “초록색 가방이나 피에로 무늬 티셔츠는 스포티한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스타일이 일관되지 않아 마구잡이 패션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숙+개성… 싸이

병역특례 비리로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나타난 싸이. 주위의 시선은 그의 운동화에 쏠렸다.정장에 흰 운동화. 격식과 비격식의 동시 연출은 무슨 의미일까. 스타일리스트 채한석 씨는 “흰 스니커즈는 급하게 신은 것 같아 정장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했다.

의도된 ‘개성’이라는 평가도 있다. 평소 티셔츠보다 셔츠, 재킷 등 도시적이고 댄디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싸이는 튀는 컬러를 입거나 바지 밑단을 짧게 연출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냈다. 조 연구원은 “흰 스니커즈는 트렌디한 상품”이라며 “경황 중에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심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점잖고 성숙해야죠… 패리스 힐턴

호텔 부호 힐턴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턴은 자타가 공인하는 패션 리더. 부잣집 공주 콘셉트를 기본으로 화려하고 섹시한 믹스매치 스타일을 추구했다.

음주운전과 난폭운전으로 검찰에 출두한 그녀의 모습은 ‘성숙’ 콘셉트였다.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는 “노출이 전혀 없고 소재와 색감도 무게감이 넘치는 회색 카디건을 입어 작정을 한 듯 성숙함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빅 선글라스에 대해 간 교수는 “속죄와 개성을 동시에 찾고 싶은 욕심이 드러난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신뢰감이 필요할 때… 황우석

정장을 입는 중년 남성들의 패션 감각은 넥타이가 있는 ‘V존’에 있다. 군청색, 검은색 등 어두운 계열의 정장을 즐겨 입었던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도 V존에 신경 썼다. 간 교수는 “황 전 교수는 평소 실버, 레드 등 화려한 넥타이로 동적 이미지를 연출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 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V존은 도트형의 검은색 타이, 파란색 스트라이프 등으로 침착해졌다. 한 씨는 “어두운 색상과 무채색 위주의 단순 패턴 넥타이를 착용함으로써 안정감과 신뢰감을 줘 ‘더 비난을 받고 싶진 않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