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참, 어쩌면 좋지?”하다가도 머리를 잠깐 쓰면 문제는 금세 풀린다. 꼬마 돼지 도라의 하루는 그래서 즐겁고 유쾌하다. 그림 제공 주니어김영사
◇꼬마 돼지 도라는 발을 동동/프란치스카 비어만 글, 그림·배수아 옮김/32쪽·8900원·주니어김영사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친구 하나를 더 갖게 됐다. 통통한 분홍 돼지 도라. 얼마나 소심하고 깔끔한지, 무슨 일만 났다 하면 “아이 참, 어쩌면 좋지?”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른다.
이 책은 꼬마 돼지 도라의 ‘난감하면서도 근사한’ 하루를 그린 이야기다.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깨어 쭉쭉 기지개를 켜는 도라. 오늘은 특별한 계획이 있다. 도라는 얼마나 독립심이 강한지, 누가 깨워 주지 않아도 일어나고 스스로 옷장에서 옷도 꺼낸다. “이거 봐라. 도라는 이렇게 뭐든 혼자서 잘 하잖니”라며 한 마디 붙이고 싶은 엄마들은 일단 참을 것. 옷에 얼룩이 묻어 있어 도라는 금세라도 울 것 같다. 아이 참, 어쩌면 좋지?
한 장 넘기기 전에 아이들한테 물어보자. 정말 어쩌면 좋지? 옷을 빨겠다는 아이는 기다려야 하고, 다른 옷을 입겠다는 아이는 특별한 계획이 있는 날에 좋아하는 옷을 못 입는다는 아쉬움을 참아야 한다. 도라는 어떻게 했을까? 얼룩을 안 보이게 하려고 앞에 리본을 매는 꾀를 썼다!
한 장씩 넘기기 전 이렇게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지?”라고 물어봐야 할 일이 생긴다. 6층 샌드위치가 너무 커서 도시락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쩌면 좋지? 도라의 아이디어는 6층 샌드위치를 4층으로 줄이기! 꽃을 사려는데 지갑이 비어 있다면? 아침 안 먹은 꽃가게 아저씨한테 4층 샌드위치 중 2층 주기. ‘쉬야’가 너무 급한데 어떻게 하면 좋지? 하는 장면에선 숲 속에서 살짝 돼지꼬리(생략 부호)를 보여 주는 그림으로만 깜찍하게 넘어가기.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치면?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 할머니집 마당에 와서야 꽃다발을 잃어버린 걸 알게 되면? 마당의 멋진 꽃들로 꽃다발 만들기!
독립심 있는 돼지인가 싶더니, 도라의 재치에, 의지에 폭소가 터지고 감탄이 나온다. 결국 세상엔 발을 동동 구르기만 해선 해결될 일은 없다는 것, 생각하고 움직이면 속상한 일도 즐겁고 재미있게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이 먼저 받아들여야 할 삶의 지혜다. 5∼7세용.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