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이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달러 및 원-엔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해 3년 이상 지속된 원화 강세 기조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업계와 개인들은 환율 상승에 대비해 ‘환 테크’ 전략을 일부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달러당 950.4원을 나타냈고, 원-엔 환율도 100엔당 844.60원으로 거래를 마쳐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외환 전문가들은 신용경색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도 여전히 높아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김윤철 외환시장팀장은 “이 파장이 단시일에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원화 고(高)평가 현상이 지속됐는데 앞으로는 무게중심이 원화 약세 쪽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해식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미국만의 문제에 그칠지, 아니면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이어져 세계경제 침체로 번질지가 외환시장의 관심”이라며 “만약 후자라면 원화약세 기조로 추세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수출업체, 매도 늦출수록 유리
원-달러 및 원-엔 환율이 오르면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업체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회복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업체들은 수입단가가 올라 악재다.
따라서 제품을 수출한 뒤 받은 달러화를 다시 원화로 환전해야 하는 수출업체들은 환율이 오를수록 환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매도를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수입업체들은 시간을 끌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결제대금의 해외 송금을 서둘러야 한다.
○ 환율 오른다고 ‘사재기’는 위험
개인들도 환율 상승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해외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외화 송금을 빨리 하는 게 좋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급적 미리 경비를 현지 화폐로 환전해 놓아야 한다. 현지에서의 신용카드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면 매입시점이 아닌 3, 4일 뒤의 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세라면 카드 사용자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달러화와 엔화를 무조건 ‘사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환시장도 주식시장처럼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강남PB센터 박승안 팀장은 “일단 원화를 달러화와 엔화로 바꿔 놓겠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환율이 단기 급등한 것이기 때문에 추세가 불분명한 데다 달러화와 엔화로 투자할 대상도 마땅치 않아 다른 투자 기회를 상실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