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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시장 물로보지 마”… ‘11조 원 오아시스’ 선점 경쟁

입력 | 2007-08-20 03:05:00


코오롱 그룹은 지난해 말 전국 하수처리장의 약 20%를 위탁 운영하는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약 540억 원에 인수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올해 4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물 사업을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정했다”며 “2500억 원 규모의 물 사업 매출을 2015년엔 2조 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6월 말 아랍에미리트에서 500억 원 규모의 폐수처리시설을 수주했다. 회사 측은 “담수 플랜트 증설이 활발한 중동 지역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상하수도 시장 등 ‘물 사업’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때마침 정부도 이미 민간에 일부 위탁 운영을 맡긴 하수는 물론 상수 사업도 2012년까지 민영화 등을 통해 개방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정부는 물 산업 민영화를 통해 10년 이내 국내 기업 2곳을 세계 10위권의 물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상하수도 시장은 이미 민간에 개방돼 있다.

○ 상수 시장도 민간 개방 추진

삼성엔지니어링은 2001년 국내 처음으로 하수처리장의 위탁 운영을 위해 세계 1위의 프랑스 물 기업 ‘베올리아’와 합작사를 세웠다.

태영건설은 2004년 하수처리를 위한 별도의 계열사를 설립해 현재 38개 하수처리장을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대우건설과 한화건설도 상하수도 설비와 하수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2000년부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하수처리 부문을 개방해 왔다. 현재 전국 318개 하수처리장 중 192개는 민간이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이 하수처리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하수의 3배에 이르는 상수 시장 개방을 염두에 둔 포석. 11조 원에 이르는 국내 물 시장에서 상하수도 운영과 설비의 시장 규모가 10조 원이다. 물 산업 하면 일반인은 생수 시장을 떠올리지만 이 시장은 4000억 원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잇따라 개방되는 개도국의 물 시장도 노리고 있다. 담수화 설비 부문 세계 1위인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태영건설 등은 중동 지역의 물 사업 설비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유럽은 대부분 민영화

해외 기업과 경쟁할 물 관련 국내 기업의 육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세계적인 물 기업이 많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국내 물 시장의 개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민간 기업이 상하수도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인 물 기업인 베올리아와 수에즈의 2005년 매출은 각각 32조 원, 50조 원에 이른다.

정부는 또 상하수도 시장의 민영화를 통해 중복 투자 등 비효율을 없애면 연간 5700억 원에 이르는 정부 손실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공공재 성격이 강한 물 사업의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민영화 이후 물 값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준석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물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육성책과 기업 자체의 노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