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햄프셔 주 울프버러의 호화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논란이 된 휴가비에 대해 17일 “별장은 티파니 프랑스를 운영하는 아녜스 크롬백 회장 부부와 프라다 프랑스 홍보담당 마틸드 아고스티넬리 씨 부부가 빌려 나와 가족을 초대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들 부부는 마이크 에이프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소유한 이 별장을 부동산 임대업자를 통해 2주간 빌리는 데 4만4000유로(약 5590만 원)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의 다비 마르티뇽 대변인은 애초 사르코지 대통령의 휴가비에 대한 언론의 빗발치는 문의에 “우리는 잘 모른다. 게다가 그건 사생활에 속하는 문제가 아니냐”고 응답했다.
그러나 일간 르몽드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휴가 중 읽는 책을 포함해 세세한 활동이 공개되고, 영국과 독일에서도 총리의 휴가비는 정부가 내놓아야 할 보도자료 내용에 포함된다”며 대통령의 휴가는 사생활이라는 엘리제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6일 휴가차 텍사스 주 크로퍼드 목장을 찾았다. 40여 명의 미국 기자가 대통령을 따라 목장에서 수km 떨어진 한 학교 체육관에 진을 쳤다. 임시 프레스룸으로 변한 이곳에는 백악관 공보실 직원이 상주하며 대통령의 활동을 전했다.
미국 CBS방송의 마크 놀러 기자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미국 대통령”이라며 “미국 기자들은 목장에 들어갈 수는 없어 대통령을 직접 보고 (그의 말을) 들을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뭘 하는지는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은 특히 대통령의 휴가에 동행한 기업인에게 주목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휴가에는 베올리아의 앙리 프로글리오 사장도 동행했다. 베올리아는 정부와 계약을 맺은 회사다. 그렇다면 당연히 엘리제궁이 그 명단을 공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안 때문에 올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지난해엔 관저에서 보냈다. 그러나 통상 한국에선 대통령이 휴가 기간 중 ‘국정 구상’을 하는 것 외에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는다. 선진국처럼 대통령의 휴가까지 투명하게 공개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