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요절한 이휘소(사진) 박사를 기리는 과학자 지원제도가 세계 최고의 입자물리연구소에 생긴다.
이달 중순부터 한국을 방문 중인 김영기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부소장은 19일 “당대 최고의 입자물리학자였던 이 박사의 영어 이름 ‘벤저민 리’의 이름을 딴 펠로십 제도를 제정하기로 했다”며 “현재 유족과의 최종 협의만 남겨 두고 있다”고 밝혔다.
‘펠로십’이란 젊고 유망한 과학자를 초청해 연구를 지원하는 제도. ‘벤저민 리 펠로십’은 이 박사가 생전에 활동한 이론물리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는 과학자에게 주어질 예정이다.
현재 이 연구소가 물리학자에게 주는 펠로십은 6가지로 ‘윌슨 펠로십’ ‘레이더먼 펠로십’ 등 주로 노벨상 수상자나 연구소 발전에 이바지한 소장의 이름을 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박사는 1977년 6월 교통사고로 숨지기 전까지 페르미 연구소 이론물리 분과의 총책임자를 맡고 있었다.
미국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이름을 딴 이 연구소는 세계 여러 나라 출신 3000여 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모여 우주의 구조와 역사를 파헤치고 있다.
이번 펠로십 제정에는 지난해 7월 44세의 젊은 나이에 이 연구소의 부소장에 임명된 김 부소장과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과학자들의 힘이 컸다. 김 부소장은 “처음 안을 내놨을 때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며 “재원 확보도 끝나 유족의 동의만 받으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