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위원장 레지 드 구테)가 외국인 거주자와 혼혈인이 크게 늘어난 한국 사회는 이제 다민족 사회가 된 만큼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회는 지난달 30일부터 1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1회 총회에서 한국 정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심사를 한 뒤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7개항의 결과 보고서를 18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우선 “한국이 민족 단일성을 강조하면 영토 내에 거주하는 다른 민족이나 국가 그룹들의 상호 이해와 우의 증진 등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순수혈통’ ‘혼혈’ 등의 용어에도 인종적 우월성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회는 한국이 이제 다민족 사회라는 점을 정부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이에 맞춰 교육,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다양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초중등학교 교과목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이 위원회는 또 인종차별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헌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현행 한국 헌법에서는 국민의 평등권을 다루며 성별, 신분 등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인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아울러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남편이나 국제결혼 중개기관의 잠재적 학대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도 △갱신이 불가능한 3년 고용계약과 전업 제한 △장시간 근로 △저임금 △위험한 작업 환경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고용계약 연장 등을 포함한 효과적 조치를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