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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 ‘민스키 붕괴’로 치닫나

입력 | 2007-08-20 03:05:00


“민스키 붕괴(Minsky meltdown)를 향해 가고 있다.” “민스키 시점(Minsky moment)에 이르지 않도록 할 조치가 필요하다.”

요즘 글로벌 금융 전문가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의 이론이 새롭게 조명받은 결과다.

최근의 금융시장 변화 속에서 민스키 이론이 뉴욕 월가에서 홍콩에 이르기까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그의 이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고수익을 노린 고위험 투자가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은 결국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투자환경이 좋을 때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한 채 투자에 나서고 시간이 갈수록 고수익 기대감도 지나치게 높아진다. 이 때문에 투자 위험도도 급격히 불어나 어느 순간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불안해진 채권자들은 즉각적인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고 이 때문에 대출자는 건전한 자산까지 팔아치워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현금 마련을 위해 멀쩡한 자산까지 매각해야 하는 이 시점이 바로 금융시장 붕괴가 시작되는 ‘민스키 시점’이다.

홍콩 CLSA증권의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우드 씨는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급 자금투입 조치에 대해 “민스키 시점을 늦추려는 노력이자 금융시장의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민스키는 시카고 출신이지만 시장의 효율성을 추종하는 ‘시카고 학파’ 내에서 이 비관론적 이론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금융 취약성을 파헤치는 데 연구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지만 그의 이론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에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가 1996년 77세로 사망한 뒤였다.

스티븐 파라치 워싱턴대 교수는 “민스키가 살아 있었다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자금 투입과 재할인율 인하 조치에 동의했을 것”이라며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긴급 조치로 투기꾼들이 반성할 기회를 주기도 전에 너무 쉽게 구제해 주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스키가 생애 마지막 연구 작업을 했던 뉴욕 바드대의 리비 경제학연구소는 조만간 그의 저서 2권을 재출간할 계획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