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합의한 회담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사례는 이전에도 적지 않다.
상황은 그때마다 달랐지만 모두 북한이 연기나 취소를 요청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0년 6월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기술적인 준비가 다 끝나지 않았다”며 연기를 요청해와 정상회담이 합의한 일정보다 하루 늦게 열렸다. 이후 특별검사 수사에서 당시 김대중 정부가 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돈 송금이 늦어져 회담이 연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지난해 8월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8·15 남북공동축전’은 북한에서 발생한 대규모 수해로 취소됐다. 수해 복구 때문에 행사를 준비할 여력도 없었지만, 수해로 부서진 평양 시내의 모습을 남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꺼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남한의 군사훈련을 이유로 회담을 미룬 경우도 많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말 예정됐던 남북 장관급회담을 당시 남한에서 진행 중이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들어 4월로 연기했다. ‘전쟁 연습’과 대화를 함께 할 수 없다는 논리에 따른 것. 북한은 2005년 8월에도 한미 연례 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을 트집 잡아 월말로 예정됐던 6자회담을 9월로 미뤘다.
1999년 6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기로 한 남북 차관급회담은 회담 당일 북한의 일방적인 연기 발표로 무산됐다. 당시 남한이 북한에 지원하고 있던 10만 t의 비료 가운데 잔여분 2만2000t이 회담 당일까지 북한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