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로 투병해 온 이대용(52·대전 중구 옥계동) 씨에게 여동생 최영희(47·대전 서구 도마동) 씨는 36년 만에 다시 만난 피붙이이자 생명의 은인이다.
이 씨는 최근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최 씨의 간을 이식받고 퇴원해 건강을 회복 중이다.
남매의 성(姓)이 다른 이유는 1967년 부모가 결별하면서 최 씨는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가 새 아버지의 성으로 고쳤기 때문. 이 씨는 할머니에게 잠시 맡겨졌다가 막노동판을 전전하면서 홀로 살아왔다.
이 씨는 2003년 친척 등에게 수소문해 여동생을 찾았다. 1998년 간경화 판정을 받은 뒤 점차 병세가 악화되자 삶을 정리하기 위해 피붙이를 찾아 나선 것.
최 씨는 그토록 불러보고 싶었던 ‘오빠’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보고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의료진은 간이식을 권했어요. 좀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오빠를 살릴 수 있다면 뭐든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하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행 법률은 장기매매를 막기 위해 3촌 이내의 혈연관계가 아닌 경우 장기이식 승인을 까다롭게 하고 있는데 최 씨의 성이 달라진 데다 친어머니마저 재혼 과정에서 행정착오로 성이 바뀌어 남매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
최 씨는 생계를 위한 식당 일마저 접고 남매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법원과 구청, 동사무소 등을 찾아다니며 증빙 서류를 떼고 친지들의 확인서를 받는 한편 유전자 검사결과를 첨부한 호소문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보내 결국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아냈다.
이 씨는 “어릴 때 헤어져 제대로 보살펴 주지도 못한 여동생이 새 생명까지 선물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 씨는 “오랜 객지 생활 끝에 병까지 얻은 오빠가 이제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