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로 당선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핵심참모는 누굴까.
캠프 안팎에서는 박희태 공동선대위원장, 이상득 국회 부의장, 이재오 최고위원, 정두언 의원 등 이른바 '선거캠프 4인방'이 '이명박 후보 만들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들이 없었다면 범여권과 박근혜 전 대표측의 파상 검증공세를 이 전 시장이 정면 돌파할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최고위원은 사실상 '캠프 좌장'으로서 범여권과 박 전 대표 측의 강공을 앞장서 막아냈고 정 의원은 최측근답게 당원권이 정지되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박근혜 저격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5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이 부의장과 박 위원장은 '캠프의 어른'으로서 내부 결속을 이끈 것은 물론 막후에서 당 지도부나 박 전 대표 캠프와의 가교 역할을 해냈다.
이밖에 4인방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 전 시장의 '입'을 대변해 고비마다 촌철살인의 논평과 기획안을 쏟아낸 박형준 대변인도 주요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이재오 최고위원
캠프가 공식 출범하기 전부터 후보 확정 순간까지 이 전 시장의 '오른팔'이자 사실상의 캠프 좌장 역할을 수행하며 오직 이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밤낮도 잊은 채 '올인'했다.
경선 사흘 전부터는 캠프에 갖다놓은 야전침대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박 전 대표 측의 막판 음해를 하늘이 두 쪽 나도 막아야 한다"며 독려했을 정도.
충성도, 기여도, 성실성, 캠프내 비중 등을 종합해볼 때 '4인방' 중에서도 최대공신이라는 데 토를 달기 어렵다는 게 캠프내의 분위기다.
특히 박 전 대표 캠프와의 당내 세확산 대결 및 경선룰 확정 과정 등에서 '당 서열 넘버2' 최고위원의 영향력을 십분 발휘해 이 전 시장이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얻도록 노력한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물론 이런 행보 때문에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고 경쟁후보 측으로부터 당직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지만 이 전 시장측 입장에선 '최고위원 이재오'의 존재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의 결사적인 경선 캠페인에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복수전' 성격도 숨어있다.
'이-박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됐던 지난해 7·11 전당대회 대표경선에서 그는 다 이겨놓은 선거를 박 전 대표 측의 막판 '색깔론 공세' 탓에 강재섭 대표에게 역전을 허용했다고 보고 있다. 그로선 이번에 '구원'을 푼 셈이다.
◇정두언 의원
이 전 시장의 서울시장 재직 때부터 '복심'으로 불려온 정 의원은 캠프에서 기획본부장이란 예상 밖의 '초라한' 직함을 받았으나 사실상 '종합상황실장'의 역할을 했다는 게 캠프 안팎의 평가다.
올해 5월 캠프 본부를 견지동에서 여의도로 옮긴 이후 그는 오전 회의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전국을 발로 뛰며 숨겨진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표 진영의 끈질긴 네거티브 공세에 맞서는 '대항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승리의 주역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6월 박측 '저격수'인 곽성문, 이혜훈 의원을 겨냥해 "다음 선거에서 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정도로 비방이 너무 심하다"고 일갈,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6개월 당원권 정지란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징계를 받은 뒤에도 그는 박 전 대표와 고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등 양 캠프간의 살벌한 기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막강 전투력'을 과시했다.
캠프 내에선 정 의원을 놓고 상대측 김무성 조직총괄본부장, 최경환 종합상황실장, 유승민 정책메시지단장을 모두 합쳐놓은 듯한 역할을 했다며 "역시 정두언"이란 평가를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이상득 국회 부의장
겉으로 드러난 역할을 맡지 않았지만 대권 도전에 나선 동생을 물심 양면으로 지원하면서 '후견인'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고 캠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유의 인품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3선 이상 중진 의원 및 원로,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던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캠프로 끌어들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아울러 강재섭 대표 사퇴 여부 논란, 경선 룰 파동 등 주요 국면에서 캠프내 소장 강경파를 다독여 자칫 캠프내 기류가 극단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박 전 대표 캠프 및 당 지도부와의 '막후 협상창구' 역할도 성공적으로 수행해 이 전 시장의 '대승적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경선 기간 4,5차례의 고비가 있었는데 이 부의장이 직접 나서준 덕분에 신속하게 진화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 부의장은 또 이 전 시장이 직접 나서기 어렵거나 챙길 여유가 없는 일들을 뒤에서 처리했다. 특히 이 전 시장이 기독교 신자여서 취약한 분야로 지적돼온 불교계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국 주요 사찰을 찾아다니며 이 전 시장 지지를 호소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박희태 공동 선대위원장
'명대변인' 출신으로 인덕과 정치판을 읽는 예리한 눈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을 듣는 박 위원장은 캠프의 명실상부한 '사령관'으로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수호지의 '양산박'처럼 각지에서 모여든 재사들로 이뤄진 외인부대 성격의 캠프인 만큼 개성 강한 구성원들이 언제라도 갈등과 알력을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탁월한 조정력으로 조직을 매끄럽게 이끌었다는 것.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전 시장의 리더십이 능력과 자율을 중시하는 '방목 스타일'이기 때문에 박 위원장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없었다면 자칫 캠프내 이견이 분출되면서 곤란을 겪을 수도 있었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 출신인 그는 특히 BBK 주가조작 논란 등과 관련해 이 전 시장 처남 김재정씨 가 박 전 대표 캠프 인사들을 검찰에 고소한 이후 캠프 내부에서 고소 취소 여부를 놓고 수차례 의견 충돌이 일어나자 결국 강경파들을 설득해 고소 취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의 관록이 묻어나는 '허허실실' 전략에 박 전 대표 측의 예봉도 맥을 못 췄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