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로 20일 선출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경선으로 분열된 당을 치유하는 데 나서야 할 형편이다.
정당사상 유례없이 치열한 격전을 치른 탓에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감정이 악화할 대로 악화된 상태여서 과연 앙금을 풀고 본선을 위해 힘을 합칠 수 있을 지 의문시하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무엇보다도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을 두루 등용하는 인사탕평책을 통해 당의 화학적 재결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가 경선 하루 전인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가 선거를 총괄하는 자리를 맡아준다면 더 이상 고마울 수가 없다"며 사실상 선대위원장직을 공식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박희태 캠프 경선대책위원장도 박 전 대표 측에 대해 "단합력과 기동성이 강해 본선에서 양 캠프의 힘이 합쳐지면 좋은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탕평책을 시사했다.
이 후보 측은 그동안 13차례의 합동연설회와 8차례의 토론회 과정에서 박 전 대표 측이 끈질긴 검증 공세를 펼쳤지만 이를 되받아치기보다는 `1위 후보'로서의 여유와 인내심을 끝까지 지켜왔던 만큼 박 전 대표 측을 포용, 당의 화합을 도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탕평책은 당 지도부를 매개로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그간 다소의 잡음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중립적 위치에서 경선을 무난하게 치렀고 앞으로 당을 후보중심 체제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양쪽 캠프를 자연스럽게 화해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인 지 이 전 시장측은 현재의 당 지도체제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양 진영이 경선 과정에서 사사건건 충돌하고 도를 넘는 `막말'을 주고받았던 만큼 물리적 화합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화학적 결합은 애초 기대하기 힘든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극단적인 비방과 음해에 앞장섰던 박 전 대표 측 일부 인사들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양측의 진정한 화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경선 내내 강조한 것이 `당의 화합'이기 때문에 그동안 맺힌 것이 많아도 포용할 것"이라며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이 사랑채까지는 몰라도 안방까지 들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