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험악했던 '이-박의 전쟁'은 '李의 승리'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기업 CEO, 서울시장을 거친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의 제17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공식 확정됐다.
박관용 당 경선관리위원장은 20일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것을 공식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이 전 시장은 선거인단 13만898명(유효투표수)을 대상으로 한 개표집계 결과,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432표 뒤졌으나, 여론조사에서는 대상자 5,490명의 득표수를 투표수로 환산한 결과 1만6,868표를 얻어 1만3,984표 득표에 그친 박 전 대표를 2,884표 앞섰다.
이에 따라 총 득표수에서 이 전 시장은 8만1,084표를 얻어 7만8,632표를 얻은 박 전 대표를 2,452표 앞서면서 간발의 차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원희룡 후보는 2,398표, 홍준표 후보는 1,503표를 각각 얻었다.
이로써 사실상 1년2개월여의 사활을 건 경선전은 막을 내리고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대선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이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에 한없는 경의를 표하며 기쁜 마음으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저를 지지했든 하지 않았든 우리는 모두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정권, 반드시 되찾아 오겠다"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이 후보는 나머지 3명의 경선 후보들에게 "이제는 저와 손잡고 정권교체의 길로 나서자"며 "특별히 박근혜 후보님, 중심적 역할을 해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며 대화합을 강조했다.
또 "저와 한나라당은 정권교체와 세계일류국가 건설에 뜻을 같이 하는 모든 분들과 손을 잡겠다"며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하겠다"고 밝혀 정권교체를 위한 제 정파와의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후보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세상이 확 달라질 것"이라며 "서민의 고달픔을 후련하게 씻어내고 젊은이들은 펄펄 날고, 노인들은 맘 놓고 활짝 웃는 세상, 월급쟁이들이 일터로 달려가고 기업은 자신 있게 투자하며 공무원, 군인, 경찰이 보람 있게 일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우려됐던 '경선불복'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 후보의 수락연설 직후 연단에 선 박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저 박근혜 경선 패배를 인정한다"면서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경선승복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부터 저는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경선과정의 모든 일들 이제 잊어버리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날이 걸리더라도 잊자"며 당의 화합을 촉구해 5천여 명의 대의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표 차이가 당초 예상보다 적게 나면서 박 전 대표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지자들의 최종 승복 여부는 여전히 한나라당의 부담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전당대회장에서는 일부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경선무효"를 외치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으며 박 전 대표 측 일부 의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향후 행보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또한 이 후보 선출로 범여권의 집중 공세가 예상되고 있고, 검찰이 이 전 시장의 '도곡동 땅' 관련 수사를 재개할 경우 또 다른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목된다.
당장 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축하드린다. 그러나 검증은 이제부터"라며 "검찰조사에서도 드러났듯 한나라당 당내 검증은 엉터리였던 만큼, 도덕성과 미래비전을 철저히 검증하면서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후보 지명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선과정을 통해 아마 역사적으로 국내외에 이런 일이 없을 정도로 검증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검증에 대한 문제는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으며 검증이 있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