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사진) 금융감독위원장이 증시 거래의 투명화를 위해 시세조종 전력자의 주식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과거 시세조종 사건에는 속칭 ‘슈퍼개미’ 등으로 불리며 주가를 조작했던 작전세력이 다수 연루돼 있는 만큼 이 방안이 확정되면 증시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금감위 및 금융감독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주식 시세를 조작해 적발됐던 사람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증시에 들어와 불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그의 이번 지시는 지난해 시세조종으로 적발된 사건 중 과거 적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가담한 사건의 비율이 전체(59건)의 15.1%로 나타나는 등 시세조종 전력자가 불공정 주식거래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올해 4월 다단계 방식의 신종 주가조작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L사 관련 시세조종에도 전력자들이 가담했던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바 있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시세조종 전력자에 대한 투자 제한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미국 영국 등 외국 금융감독기구의 불공정거래 관련 규제 실태를 조사한 뒤 국내 실정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를 조작해 적발됐던 사람의 명단을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증권회사와 공유해 투자 행위를 수시로 감시하거나 △시세조종 전력자의 일정 한도 이상 투자를 당국이 모니터링하는 방안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투자자 개인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증시 투명화를 위한 투자제한 조치가 현행법과 충돌하는 면이 없는지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부터 시세조종으로 적발된 사람이 3년 내에 다시 시세조종 혐의로 적발되면 제재 수위를 한 단계 높여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지금은 시세조종 전력자가 2년 내 적발되면 가중 처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증권유관기관에 소속된 사람이 시세조종으로 적발되면 해당 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시세조종 전력자의 주식 투자를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투자행위 자체를 막는 건 법적으로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국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 때문에 당국이 시세조종 전력자에 대한 규제를 주저해 온 측면이 있는데 전체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면 불법행위자가 증시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