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우려 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미국 일본 한국 통화당국의 정책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3개국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혼란이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금리 인하에 나서거나 최소한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 모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속사정을 안고 있어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7일 재할인율을 연 5.7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함에 따라 조만간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도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FRB는 지난해 6월 말 이후 13개월 동안 연방기금 금리를 5.25%로 묶어 놓고 있다.
하지만 FRB가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 안병찬 국제국장은 “금리가 인하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의 부담이 완화되고 연체율도 다소 낮아지겠지만 중앙은행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것이라는 비난을 받을 게 분명하다”며 “만약 FRB가 금리를 인하하고 싶었다면 17일 임시회의에서 진작에 내렸을 것”이라며 FRB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점쳤다.
일본 중앙은행이 22, 23일 열리는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일본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5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거론하며 금리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7월과 8월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콜금리(은행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를 인상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일단 9월에는 동결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9일 금통위에서 콜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이튿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국제 금융상황에 둔감하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3개월 연속 콜금리 인상의 초강수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데다 9월에는 추석이 있어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어렵다.
일각에선 한은의 금리 인하설도 나오고 있으나 한은이 당장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