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대교, 웅진코웨이 등 방문판매업체의 영업행위를 ‘미등록 다단계판매’로 판단함에 따라 해당기업들이 다단계판매업으로 전환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각 회사는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다단계판매 업체로 등록하면 판매 시스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득실을 따지고 있다. 165만 명에 이르는 방문 판매원들 역시 해당업체의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 현대판 보부상 ‘방문판매원’
국내에서 방문판매의 위력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단연 화장품 시장. 외환위기 이후 대형마트가 급부상하면서 화장품 전문점과 백화점 유통은 위축됐지만 화장품업체의 방문판매 비중은 갈수록 높아졌다.
소비 위축으로 유통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을 때도 ‘화장품 아줌마’ 특유의 스킨십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방문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36%다.
정수기와 출판업, 야쿠르트, 건강보조식품 등도 방문판매를 주요 영업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는 업종이다.
한국직접판매업협회가 추정한 지난해 국내 방문판매 시장 규모는 3조 원.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수만 곳의 군소 방문판매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9조 원에 이른다. 2000년대 들어 매년 10%대의 성장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직접판매연맹(WFSDA)은 2005년 기준 한국의 방문판매원을 총 165만 명으로 추산했다.
○ 방문판매 vs 다단계판매
방문판매는 회사에 등록한 독립자영사업자가 도매로 산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소매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사업자가 직접 집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구매를 권유한다.
반면 다단계판매는 회사 직원으로 소속돼 판매 및 가입 유치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형태의 봉급을 지급받고 3단계 이상의 판매원 조직을 갖는다. 제품의 최종 소비자가 판매자와 동일하다.
신고만 하면 되는 방문판매업보다 등록을 해야 하는 다단계판매업자의 경우 훨씬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다.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할 경우 130만 원 이상의 제품은 판매할 수 없다. 판매원 장려금 등 수당도 판매대금의 35% 이상을 줄 수 없다.
방문판매 화장품의 경우 세트당 40만∼100만 원 선으로 고가인 점을 고려할 때 영업에 당장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도 기업으로서는 부담이다.
○ 이미지 퇴색에 판매원 이탈 우려
상대적으로 방문판매를 통한 매출 비중이 미미한 웅진코웨이는 다단계판매 형태로 볼 수 있었던 제도를 폐지하고 방문판매업을 고수할 방침이다.
하지만 다른 방문판매 업체들은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따른 기업 이미지 실추와 시스템 개편으로 예상되는 판매원 이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대교 측은 “교육업으로 쌓아 온 기업 이미지가 다단계판매로 퇴색될까 우려된다”며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선 방문판매원들 사이에서도 다단계판매로 전환하게 되면 직업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화장품업체 방문판매원 신모(36·여) 씨는 “대기업 방문판매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 왔는데 다단계판매원이라니 친인척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걱정했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일일학습지를 판매하는 김모(42·여) 씨는 “다단계판매로 전환될 경우 사은품 증정도 쉽지 않아 영업 활동에 큰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방문판매::
회사에 등록한 독립자영사업자가 도매로 산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매로 판매하는 영업 방식. 보통 사업자가 소비자의 집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권유를 통해 판매한다. 흔히 외판(外販)으로 불린다.
::다단계판매::
회사 직원으로 판매원을 단계적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고 판매 및 가입 유치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형태의 봉급을 받는다. 최종 소비자와 판매자가 동일하고 누적된 판매원 조직이 3단계 이상일 경우 다단계판매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