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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준비하라” VS “아직 우산 접지 말라”

입력 | 2007-08-21 03:03:00


지난주 연이은 폭락으로 충격에 휩싸였던 증시가 다소나마 악몽을 떨쳐내고 20일 급반등했다.

이는 17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하 조치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전문가들은 한때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던 국내 증시가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조심스레 진단하면서도 변수가 산적한 만큼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수습 국면” vs “안심하긴 일러”

미 FRB의 재할인율 인하는 신용 경색 우려로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를 회복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FRB가 모기지 대출자의 상환 부담을 줄여 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FRB는 2000년 이후 늘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을 동시에 조정해 왔다”며 “재할인율만 조정한 이번 조치는 그만큼 고민이 묻어난 결정이지만 재할인율 인하 이전보다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금리 인하는 글로벌 증시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외부적 요인을 빼면 한국 증시에는 고유한 악재가 없었기 때문에 충격이 점진적으로 치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으며 증시 조정도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미 FRB가 경기 하강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한 데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의 상승은 폭락 이후의 기술적 심리적 차원의 반등”이라며 “재할인율 인하는 ‘지원병’ 수준에 불과하며 전세를 역전시킬 ‘구원병’인 금리 인하가 시행되지 않는 한 증시는 반등 후 조정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순매입 종목 주목할 필요”

증시 추이를 전망할 때는 과거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국 증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 증시의 최근 모습이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당시 미국 증시는 ‘단기 급락(19% 하락)→금리 인하→주가 반등 후 재차 하락→예정에 없던 2차 금리 인하→주가 반등→3차 금리 인하→주가 상승 지속’의 순서로 진행됐다”며 “지금 증시 역시 본격적으로 반등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시장이 급등락할 때는 여유를 갖고 증시 상황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저가(低價) 매입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설명.

대신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크게 하락한 업종 중 가격 매력이 커진 증권, 조선, 기계 관련주에 주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매도에 나선 가운데서도 순매입한 우리금융, LG카드, 대구은행, KTF, SK케미칼, 삼성카드, 대한전선 등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