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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위해 저공비행… 산림청 헬기 추락 조종사 등 3명 순직

입력 | 2007-08-21 03:03:00


밤나무 숲 항공 방제를 하기 위해 작업장으로 이동하던 산림청 헬기가 추락해 기장 등 탑승자 3명이 모두 숨졌다.

20일 오전 8시 8분경 충남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 공주종합사회복지관 주변 야산(여차니산) 중턱 200m 지점에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진천관리소 소속 헬기 벨 206-L3(FP 709)기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교대로 기장을 맡은 강현종(52·충북 청원군 오창면), 김주홍(51·충북 청주시 상당구 탑동) 씨와 정비사 이형식(47·경기 수원시 장안구) 씨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빙글 돌더니 야산에 충돌=사고 헬기는 공주시 신관동 금강 둔치에서 이륙해 정안면 고성리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강 기장 등은 14일부터 7일째 이 주변 밤나무 숲 항공 방제 작업을 벌여 왔다.

사고 순간을 목격한 주민들은 “사회복지관 위쪽을 낮게 날던 헬기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항로를 바꿔 두 바퀴가량 빙글빙글 돌더니 바위가 많은 야산 중턱에 ‘꽝’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불길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해 경찰과 함께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블랙박스가 없는 헬기라서 헬기의 이동 경로와 사고 현장에 가해진 충격 정도, 수거된 헬기 잔해의 상태를 토대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암도 이겨내더니 웬 날벼락…”=이날 오후 임시 빈소로 마련된 공주시 계룡농협장례식장은 유족들의 울음바다로 변했다.

강 기장의 손위 동서 박훈석(60) 씨는 “강 씨가 2000년 건강검진에서 직장암 판정을 받았지만 ‘아내를 위해 살라는 특명을 받고 태어났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병을 이겨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 기장의 아내 김춘옥(51) 씨는 오열하다 끝내 실신하고 말았다.

비행 시간 5500여 시간의 베테랑 기장 강 씨는 육군항공대를 대위로 제대한 1991년 산림청에 입사한 뒤 전국을 돌며 방제작업을 해 왔다.

산림청은 숨진 3명 모두 순직 처리하기로 했으며 청주시 충북대병원에 정식 빈소를 마련해 산림청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사고 헬기는 91만2600달러의 보험에 가입돼 있어 승무원은 1인당 2억5000만 원까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밤나무 방제 가장 위험=사고 헬기는 1988년 산림청 중형 헬기 중 가장 먼저 도입된 헬기의 하나로 미국 벨사의 제품. 7명까지 탈 수 있으며 2t 정도의 물을 실을 수 있다.

이 기종의 산림청 헬기가 추락한 것은 2004년 8월 경남 의령군 사고에 이어 두 번째다.

산림청 진천관리소의 한상환 기장은 “밤나무 숲 항공 방제는 약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10m 높이로 낮게 비행해야 하고 약을 채우기 위해 하루에도 20번 이상 이착륙을 해야 하는 힘들고 위험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