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했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사전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이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근소한 차로 패했다. 이 후보는 전체 투표 수 13만1086표 중 6만4216표를 얻은 반면, 박 전 대표는 이보다 432표 많은 6만4648표를 얻었다.
○ 서울 호남권-영남 충청권 우세 갈려
이 후보는 서울 경기 광주 전남북에서만 박 전 대표를 이겼다. 선거인 수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 이 후보는 1만6190표를 얻어 박 전 대표(1만1113표)를 5000여 표 이상 제쳤다. 서울의 투표율(69.9%)도 전국 평균 투표율(70.8%)에 근접했다.
한나라당의 불모지였던 광주에서는 이 후보가 1338표로 박 전 대표(853표)를 제쳤고, 전남에서도 이 후보는 2692표를 얻어 박 전 대표(1852표)를 꺾었다. 그러나 호남권 투표율은 전체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석권한 영남권은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투표율이 높아 득표력은 배가됐다. 박 전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전체 투표(7423표) 중 68.3%인 5072표를 얻어 31.0%(2305표)에 그친 이 후보를 두 배 이상 이겼다.
90.2%로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한 경북에서도 박 전 대표는 5111표를 얻어 경북 포항이 고향인 이 후보(4455표)를 제쳤다. 경선 내내 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부산에서도 박 전 대표(5789표)가 이 후보(5273표)를 따돌렸다.
대전 등 충남권에서도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모두 이겼다.
○ 박 전 대표 막판 조직력 뒷심
한나라당은 대의원 당원 비당원 선거인단의 투표용지를 한데 섞어 개표했기 때문에 선거인단별 투표성향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경선 막판 검찰의 수사 발표로 터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에 힘입어, 박 전 대표 측이 조직력을 총동원해 충성도가 대의원보다 비교적 떨어지는 당원과 일반국민(비당원) 선거인단 중 부동층을 움직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경선 당일 날씨가 좋아 이 후보의 지지층 중 하나인 20, 30대의 투표율이 낮았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51.5%를 얻어 42.7%의 박 전 대표를 2884표 차로 이겨 선거인단 투표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됐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여론조사의 힘▼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은 결국 일반인 549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가 승부를 갈랐다.
이 후보는 19일 전체 표의 80%를 차지하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6만4216표를 얻어 박근혜 전 대표(6만4648표)에게 432표(0.4%포인트) 차로 뒤졌다.
그러나 투표와 동시에 실시된 일반인 상대 여론조사에서는 51.5%로 박 전 대표(42.7%)를 8.8%포인트 이겨 승리를 쟁취했다.
지난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여론조사가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4월 25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가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1343표로, 1443표의 맹형규 후보에게 졌다. 그러나 전체 표의 20%에 해당하는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624표를 얻어 163표를 얻은 맹 후보를 종합 득표에서 361표 앞서 당선됐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